글_손대범(KBSN 농구해설위원, 점프볼 편집인)
NBA를 바라보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새 얼굴들의 활약이다.
매년 이 무렵에는 신인상을 예측한다거나, 신인들이 어떤 준비를 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또 선수들이 어느 브랜드와 계약했는지도 빅뉴스가 되곤 한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뜰 것 같은’ 신인들을 선점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2024년 여름에는 이런 뉴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체 1순위 자카리 리사세(애틀랜타 호크스), 전체 2순위 알렉스 사르(워싱턴 위저즈)는 프랑스 국적 유망주로는 사상 처음으로 1~2순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지만, 지명 당시부터 꾸준히 이렇다 할 뉴스를 못 타고 있다. 서머리그가 끝난 뒤에도 미지근한 반응은 여전하다.
2023년 드래프트 1순위 빅터 웸반야마는 이미 나이키와 계약된 상태였고, 2022년 1순위 파울로 반케로는 조던 브랜드와의 계약 소식이 여름부터 들려왔다. (계약은 10월에 발표) 2021년 케이드 커닝햄도 나이키와 계약 체결 소식이 지명된 뒤 그해 7월 말에 발표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늦은 감이 있다.
실제 이번 드래프트는 최근 들어 가장 ‘인력난’이 심각한 해라고 평가받고 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리그 판도를 뒤흔들 만한 재능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55순위에 지명된 르브론 제임스의 아들, 브로니 제임스가 소셜미디어에서 그나마 버즈를 일으키긴 했지만, 경기력 자체는 서머리그에서조차 못 봐줄 수준이었다.
그러나 11년 전 드래프트를 돌아보자. 앤써니 베넷이 지명되며 파문을 일으켰던 2013년 드래프트도 ‘인물’이 없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선수들이 바로 2013년 NBA 드래프티였다.
켈리 올리닉- 13순위, 캐나다 국가대표
야니스 아테토쿤보- 15순위, 그리스 국가대표
데니스 슈로더- 17순위, 독일 국가대표
루디 고베어- 27순위, 프랑스 국가대표
알렉스 아브리네스- 32순위, 스페인 국가대표
라울 네토- 47순위, 브라질 국가대표
야니스 티마- 60순위, 라트비아 국가대표*
*-라트비아는 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
15번째로 이름이 불린 아테토쿤보는 그냥 스타가 아니라, 소속팀 밀워키 벅스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까지 거머쥔 ‘대스타’가 되었다. 고베어는 NBA를 대표하는 림 프로텍터다.
물론 아테토쿤보를 제외하면 수집 욕구를 크게 불러일으킬 대스타는 없었지만, 세계 농구를 생각해보면 ‘절망적’인 드래프트는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구단 스카우트 실무자들이 땅을 치며 통곡할 스타가 누가 될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2016년 신인상을 2라운더인 말콤 브록던이 가져갈 때만 해도 눈에 확 띄는 1라운더가 없다고 했지만, 3순위 제일런 브라운은 만개한 기량으로 파이널 MVP가 되고 리그 최고 규모의 계약을 품에 안았다. 11순위 도만타스 사보니스, 27순위 파스칼 시아캄도 있다.
NBA 팬들은 이러한 깜짝 스타 계보를 누가 이을지 지켜보면 좋을 것이다.
리드 셰퍼드 Reed Sheppard
가드, 휴스턴 로케츠, 전체 3순위, 켄터키 대학
기량에 의한 화제성만 본다면 셰퍼드는 단연 서머리그의 일인자였다. 경기 감각이 탁월한 선수로 신인임에도 본인이 원하는 숫자를 충분히 생산했다. 어시스트 5.3개, 스틸 2.8개, 블록 1.3개. 그의 신장을 감안한다면 훌륭한 수치다. 숫자 속에 숨겨진 플레이도 알찼다. 대개 3순위 정도면 서머리그에서도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굉장히 밀어주고 신경을 써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부담 때문에, 혹은 달라진 레벨 때문에 당황하거나 주춤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선수는 원래 자기 무대였던 것처럼 훌륭히 역할을 소화했다. 특히 매치업을 요리하는 핸들링과 헤지테이션 기술이 눈에 띄었다. 외모 역시 출중한 편.
일각에서는 유망주가 대거 몰려있는 휴스턴에서 얼마나 출전 기회를 얻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팀이 필요로 했던 슈팅과 패스를 갖고 있는 선수이기에 기회가 계속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레드 밴블릿이라는 좋은 교재가 바로 앞에 있다는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스테폰 캐슬 Stephon Castle
가드, 샌안토니오 스퍼스, 전체 4순위, UCONN
NCAA 챔피언 출신인 캐슬은 빅터 웸반야마라는 위대한 미래 자산을 갖고 있는 리빌딩 팀에 합류하게 됐다. 당장 2024-2025시즌에는 대학 1년 동안 거둔 승수(37승)보다도 많은 패배를 당할지도 모르지만, 분명 샌안토니오는 앞날을 향한 준비를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캐슬은 오늘날 NBA가 가드들에게 요구하는 빠른 판단력과 자신있는 공격, 좋은 패스 감각을 두루 갖추고 있다. 발도 무척 빠르고 체격도 좋아 대학에서는 1대1 수비에서도 출중함을 보였다. 리바운드 캐치 후 직접 속공을 몰고 나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NBA는 캐슬만큼이나 빠르고 강한 선수들이 넘치는 리그다. 그러나 가진 무기가 워낙 많기 때문에, 게다가 웸반야마라는 최고의 재능이 있기에 상호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도노번 클링언(포틀랜드 블레이저스)이 받아먹기 쉽게 패스를 찔러주던 대학 시절을 생각해본다면, 그동안 힘겹게 볼을 잡곤 했던 웸반야마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한가지 우려가 있다면 바로 슈팅이다. 자신감과 안정감은 별개다. 풀업 점퍼, 외곽슛 모두 아직은 합격점을 주기에 이르다. 그렇지만 기회를 마다하는 선수는 아니기에 노력이 따른다면 몇 년 뒤 그의 이름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웸반야마와 크리스 폴이 함께 있는 팀이기에 계속해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도노반 클링언 Donovan Clingan
센터, 포틀랜드 블레이저스, 전체 7순위, UCONN
포틀랜드는 대학을 2번이나 정상으로 이끈 218cm 재능을 그냥 지나치긴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오늘날 NBA 농구가 페이스 & 스페이스를 기반으로 한 3점슛 농구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빅맨은 어디든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돌아봤을 때, 스타일은 각기 다르지만 데릭 라이블리, 워커 캐슬러, 제일런 듀렌 같은 거구들은 요긴하게 기용되어 왔다. 최근 계약한 이비카 주바치도 마찬가지다. 포틀랜드는 클링언도 그 대열에 합류하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 정도 스타일로 콜렉터의 눈길을 끌긴 부족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서머리그를 보며 느낀 점은 클링언이 꽤 눈치 있는 선수이며, 오합지졸인 이 팀에 무게감을 더해줄 충분한 기량을 갖춘 선수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기대에 못 미친 1순위 출신 디안드레 에이튼이 많이 긴장해야 할 선수라는 것도 말이다.
서머리그에서 그는 9.0득점(야투 37.5%) 12.3리바운드 4.3블록을 기록했다. 공격은 당연히 미숙할 수밖에 없지만, 리바운드나 수비는 인상적이었다. 빠져야 할 때, 틀어야 할 때 정말 잘 구분했으며, 동료들을 위한 스크린도 뛰어났다. 이미 팀에는 득점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난 선수들이 많다. 서머리그에서야 모든 게 클링언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그는 블루워커 역할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공격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갖진 않아도 될 것이다. 만일 2대2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리바운드에 더 헌신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다면 시원한 ‘돌풍’까지는 아니더라도 블레이저스라는 돛단배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순풍 역할은 해줄 것으로 보인다.
케렐 웨어 Kel'el Ware
센터, 마이애미 히트, 15순위, 인디애나 대학
마이애미의 드래프트는 늘 높은 타율을 보여왔다. 도태되는 신인 없이 어떻게든 장점을 활용했다. 심지어 언드래프트 시장에서조차 마이애미의 선수 보는 눈은 탁월했다. 15순위에 지명된 213cm의 웨어는 고교 시절부터 최고의 수비형 빅맨으로 평가받아왔다. 상당히 잘 달리는 선수이며 풋워크도 훌륭하다. 잘 달린다는 것은 단순히 주력이 좋을 뿐 아니라 발도 빨라 헌팅 더 매치업의 희생양이 되는 일이 잦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또, 수비 마인드가 좋은 선수이기에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 사단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팀 중심에는 뱀 아데바요가 있기에 긴 시간을 소화하긴 어렵다. 아데바요는 이미 5번이나 올 디펜시브 팀에 이름을 올렸고 금메달도 2개나 목에 건 팀 내 최고 스타다. 지난 시즌에도 평균 19.3득점 10.4리바운드를 기록했으며, 최근 3년 계약(1억 6,600만 달러)을 연장했기에 이변이 없는 이상 당분간 마이애미는 아데바요의 팀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아데바요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부터 기대해볼 수 있다.
아직 마이애미 로스터에는 토마스 브라이언트와 케빈 러브가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전 경기를 백업할 만큼의 몸 상태는 아니다. 또 마이애미 구단은 웨어의 슈팅 능력에 대해서도 충분히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평가할 표본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구단 내부에서는 감이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콤비 플레이 상황에서의 볼 캐치 능력도 있는 선수이기에 구단의 기대만큼만 노선을 따라가 준다면 아데바요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선수들은 주기적으로 이름이 언급될 것 같은, 개인적으로 지켜보는 유망주들이다. 사르와 이디는 어떻게,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주가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알렉스 사르 Alexsandare Sarr
센터, 워싱턴 위저즈, 2순위, 프랑스
올여름 서머리그를 치르는 동안 리그 관계자들의 호주 리그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많이 떨어졌다. 리그에서 농구 좀 한다는 선수들이 일제히 서머리그 무대에 섰지만 제대로 활약한 선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LA 클리퍼스는 호주 정규리그 1위 팀 스타였던 조시 배넌을 영입했지만, 배넌은 기간 내내 파울 콜에 적응하지 못한 채 헤맸고, 이현중의 동료 샘 프롤링 역시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계약했지만, 코트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벤치 신세의 설움은 이현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외 여러 호주 리그 출신 선수들이 서머리그를 밟았지만 시선은 거의 끌지 못했다. 결국 호주와 NBA의 수준 차를 한 번 더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알렉스 사르도 그중 하나였다. 프로젝트형 기대주로, 지난 시즌 퍼스 와일드 캐츠(Perth Wildcats)에서 한 시즌을 소화했던 그는 213cm의 큰 키에 슈팅을 갖춘 장신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서머리그에서는 실망만 가득했다. 우선 큰 키를 살린 미드레인지, 외곽 슈팅은 상대의 타이트한 압박에 밀렸고, 수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장의 경기만 보고 판단하긴 어렵다. 잔뜩 긴장한 웸반야마가 NBA 페이스에 적응하지 못해 헤맸던 작년 서머리그를 기억해보라. 서머리그가 끝난 뒤에도 웸반야마를 향한 온갖 비아냥이 오갔다. 사르는 그만큼의 기대치는 없는 탓인지 다소 잠잠한, 혹은 무관심한 편이지만 역시나 사르도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제 2005년 8월 26일생으로 19살이 지난 지 며칠 안 되는 선수다. 그가 팀을 이끌었던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을 생각해본다면, 계속 기회가 주어질 몇 년 뒤에는 어떤 득점원으로 성장해있을지 궁금하다. 충분히 긁어볼 만한 복권이다.
잭 이디 Zach Edey
센터, 멤피스 그리즐리스, 9순위, 퍼듀 대학
이미 드래프트까지 되었지만 224cm의 거인, 잭 이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클링언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빅맨에 대한 수요가 예전처럼 간절하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웸반야마처럼 기동력이 좋거나 외곽 플레이 기술이 좋은 선수가 아니기에 과연 요즘 NBA에서도 통할 것이냐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붙어있다. 서머리그에서 몇 차례 위력을 보였지만 부상으로 일찍 하차하면서 그 물음표를 떼진 못했다.
따라서 잭 이디의 정착 여부는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건강을 잘 유지한다면 스티븐 애덤스가 그랬던 것처럼 자 모란트의 든든한 보디가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리바운드, 림 사수는 이미 검증을 받은 부분. 특히 대학 시절에 공격 리바운드 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만큼 멤피스 선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이디의 신인상 수상 가능성도 크게 보는데 정말로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이디가 그런 블루칼라 워커 역할부터 상징적으로 잘해준 덕분이라 봐도 될 것이다.
대런 홈즈 DaRon Holmes II
포워드, 덴버 너게츠, 22순위, 데이튼 대학
홈즈는 파워풀하면서도 스마트한 빅맨으로 서머리그를 준비하는 동안 코칭스태프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신인으로서 서머리그를 준비하는 동안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다해줬고, 코칭스태프가 요구하는 선수 본연의 역할도 합격점을 받았다. 마이클 말론 감독 스타일의 농구에 잘 녹아들었다는 평가였다.
다만 서머리그 경기 중 아킬레스건을 다치고 말았는데 이로 인해 2024-2025시즌에는 그를 볼 수 없게 됐다. 아킬레스건 회복에 대해서는 여러 스타들이 교과서 수준의 회복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긴 인내의 시간을 이겨낸다면 홈즈는 팀의 중요한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덴버는 니콜라 요키치, 애런 고든을 받쳐줄 벤치 자원들이 절실했다. 당장 그런 능력을 갖춘 홈즈를 보지 못하는 것은 많이 아쉽지만, 최근에는 늦깎이 데뷔하는 신인들도 만만치 않게 잘 준비된 모습을 보여왔기에 2025년 여름을 기다려보자.
AJ 존슨 AJ Johnson
가드, 밀워키 벅스, 23순위, 일라와라 호크스(호주)
NBA와 FIBA 농구가 얼마나 스타일이 다른 지 잘 보여준 사례다. 호주에서의 A.J 존슨은 프로젝트형 선수였다. 10대로서 미리 프로를 경험해보는 수준이었다. 호주 농구는 거칠고 전통적이다. 미국인 가드들이 많이 유입되며 페이스도 빨라지고 외곽슛이나 1대1도 늘었지만 NBA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수비자 3초가 존재하고 몸싸움도 피지컬하다. 깡마른 10대 소년 존슨이 버틸 공간이 없었다. 대다수 목 드래프트에서 그를 2라운드, 혹은 언드래프티로 놓은 이유도 호주에서 보여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머리그에서는 달랐다.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특유의 폭발력과 넓은 보폭을 앞세워 돌진, 또 돌진했고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슛 셀렉션, 패스 타이밍, 수비 등 배워야 할 것이 1~2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닥 리버스 감독은 신인들에 그리 관대하지 않다. 그렇지만, 아직 10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른들의 싸움’을 이겨낸 뒤 얼마나 발전해있을지 궁금해진다.
보비 클린트먼 Bobi Klintman
포워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37순위,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
보비 클린트먼은 흔치 않은 스웨덴 국적의 선수다. 세네갈 태생 부친과 스웨덴 국적의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클린트먼은 대학에서 NBA로 직행하지 않고 호주 리그를 거쳤다 NBA로 향했다. 지난 시즌 케언스 타이판스에서 뛰며 프로 무대를 경험했다는 점이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클린트먼은 볼을 오래 들고 플레이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208cm의 신장에 운동능력과 힘이 좋은 선수로 수비와 궂은일, 그리고 속공 마무리와 외곽에 특화되어있다.
오히려 디트로이트 입장에서는 반가운 자원이다. 케이드 커닝햄을 비롯해 볼과 함께 힘을 내는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로부터 파생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디트로이트는 지난 시즌 야투성공률이 46.3%로 24위였다. 3점슛 성공률도 겨우 34.8%로 밑에서 다섯 번째였다. 그렇다고 리바운드가 좋은 편도, 트랜지션 디펜스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신임 감독 J.B 비커스태프는 부임 후 팀 수비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수비 마인드가 좋고, 실제로 움직임도 좋은 클린트먼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며, 오히려 몇몇 1라운더들보다도 롱런할 만한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테렌스 섀넌 Jr. Terrence Shannon Jr.
가드, 미네소타 울브스, 27순위, 일리노이 대학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프로선수가 됐다. 테런스 섀넌 Jr.는 과거 KBL에서 뛰었던 테런스 섀넌의 아들로 올해 드래프트에서 27순위에 지명됐다. 그러나 지명되는 과정은 무척 험난했다. 성폭행 혐의에 휘말려 프로지명은커녕 구치소에 안 가면 다행일 정도로 궁지에 몰렸던 것이다. 다행히 무혐의가 되면서 NBA에 입성하게 됐고, 그는 서머리그에서 준수한 기량을 펼치며 가을 트레이닝 캠프를 기대하게 됐다. 섀넌은 수비에서는 즉시 기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물론 당장 주전이 될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198cm의 키에 208cm에 가까운 윙스팬을 갖고 있어 디플렉션을 유발하거나 2대2 게임을 훼방 놓는 역할로 기용할 수 있다. 다만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올라간 탄탄한 전력의 팀에서 당장 27순위 신인을 오래 기용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울브스는 주기적으로 괜찮은 조연들을 발굴해왔고, 섀넌은 몇 년 뒤 그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섀넌 역시 슈팅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글_손대범(KBSN 농구해설위원, 점프볼 편집인)
글_손대범(KBSN 농구해설위원, 점프볼 편집인)
NBA를 바라보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새 얼굴들의 활약이다.
매년 이 무렵에는 신인상을 예측한다거나, 신인들이 어떤 준비를 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또 선수들이 어느 브랜드와 계약했는지도 빅뉴스가 되곤 한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뜰 것 같은’ 신인들을 선점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2024년 여름에는 이런 뉴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체 1순위 자카리 리사세(애틀랜타 호크스), 전체 2순위 알렉스 사르(워싱턴 위저즈)는 프랑스 국적 유망주로는 사상 처음으로 1~2순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지만, 지명 당시부터 꾸준히 이렇다 할 뉴스를 못 타고 있다. 서머리그가 끝난 뒤에도 미지근한 반응은 여전하다.
2023년 드래프트 1순위 빅터 웸반야마는 이미 나이키와 계약된 상태였고, 2022년 1순위 파울로 반케로는 조던 브랜드와의 계약 소식이 여름부터 들려왔다. (계약은 10월에 발표) 2021년 케이드 커닝햄도 나이키와 계약 체결 소식이 지명된 뒤 그해 7월 말에 발표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늦은 감이 있다.
실제 이번 드래프트는 최근 들어 가장 ‘인력난’이 심각한 해라고 평가받고 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리그 판도를 뒤흔들 만한 재능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55순위에 지명된 르브론 제임스의 아들, 브로니 제임스가 소셜미디어에서 그나마 버즈를 일으키긴 했지만, 경기력 자체는 서머리그에서조차 못 봐줄 수준이었다.
그러나 11년 전 드래프트를 돌아보자. 앤써니 베넷이 지명되며 파문을 일으켰던 2013년 드래프트도 ‘인물’이 없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선수들이 바로 2013년 NBA 드래프티였다.
켈리 올리닉- 13순위, 캐나다 국가대표
야니스 아테토쿤보- 15순위, 그리스 국가대표
데니스 슈로더- 17순위, 독일 국가대표
루디 고베어- 27순위, 프랑스 국가대표
알렉스 아브리네스- 32순위, 스페인 국가대표
라울 네토- 47순위, 브라질 국가대표
야니스 티마- 60순위, 라트비아 국가대표*
*-라트비아는 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
15번째로 이름이 불린 아테토쿤보는 그냥 스타가 아니라, 소속팀 밀워키 벅스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까지 거머쥔 ‘대스타’가 되었다. 고베어는 NBA를 대표하는 림 프로텍터다.
물론 아테토쿤보를 제외하면 수집 욕구를 크게 불러일으킬 대스타는 없었지만, 세계 농구를 생각해보면 ‘절망적’인 드래프트는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구단 스카우트 실무자들이 땅을 치며 통곡할 스타가 누가 될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2016년 신인상을 2라운더인 말콤 브록던이 가져갈 때만 해도 눈에 확 띄는 1라운더가 없다고 했지만, 3순위 제일런 브라운은 만개한 기량으로 파이널 MVP가 되고 리그 최고 규모의 계약을 품에 안았다. 11순위 도만타스 사보니스, 27순위 파스칼 시아캄도 있다.
NBA 팬들은 이러한 깜짝 스타 계보를 누가 이을지 지켜보면 좋을 것이다.
리드 셰퍼드 Reed Sheppard
가드, 휴스턴 로케츠, 전체 3순위, 켄터키 대학
기량에 의한 화제성만 본다면 셰퍼드는 단연 서머리그의 일인자였다. 경기 감각이 탁월한 선수로 신인임에도 본인이 원하는 숫자를 충분히 생산했다. 어시스트 5.3개, 스틸 2.8개, 블록 1.3개. 그의 신장을 감안한다면 훌륭한 수치다. 숫자 속에 숨겨진 플레이도 알찼다. 대개 3순위 정도면 서머리그에서도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굉장히 밀어주고 신경을 써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부담 때문에, 혹은 달라진 레벨 때문에 당황하거나 주춤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선수는 원래 자기 무대였던 것처럼 훌륭히 역할을 소화했다. 특히 매치업을 요리하는 핸들링과 헤지테이션 기술이 눈에 띄었다. 외모 역시 출중한 편.
일각에서는 유망주가 대거 몰려있는 휴스턴에서 얼마나 출전 기회를 얻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팀이 필요로 했던 슈팅과 패스를 갖고 있는 선수이기에 기회가 계속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레드 밴블릿이라는 좋은 교재가 바로 앞에 있다는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스테폰 캐슬 Stephon Castle
가드, 샌안토니오 스퍼스, 전체 4순위, UCONN
NCAA 챔피언 출신인 캐슬은 빅터 웸반야마라는 위대한 미래 자산을 갖고 있는 리빌딩 팀에 합류하게 됐다. 당장 2024-2025시즌에는 대학 1년 동안 거둔 승수(37승)보다도 많은 패배를 당할지도 모르지만, 분명 샌안토니오는 앞날을 향한 준비를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캐슬은 오늘날 NBA가 가드들에게 요구하는 빠른 판단력과 자신있는 공격, 좋은 패스 감각을 두루 갖추고 있다. 발도 무척 빠르고 체격도 좋아 대학에서는 1대1 수비에서도 출중함을 보였다. 리바운드 캐치 후 직접 속공을 몰고 나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NBA는 캐슬만큼이나 빠르고 강한 선수들이 넘치는 리그다. 그러나 가진 무기가 워낙 많기 때문에, 게다가 웸반야마라는 최고의 재능이 있기에 상호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도노번 클링언(포틀랜드 블레이저스)이 받아먹기 쉽게 패스를 찔러주던 대학 시절을 생각해본다면, 그동안 힘겹게 볼을 잡곤 했던 웸반야마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한가지 우려가 있다면 바로 슈팅이다. 자신감과 안정감은 별개다. 풀업 점퍼, 외곽슛 모두 아직은 합격점을 주기에 이르다. 그렇지만 기회를 마다하는 선수는 아니기에 노력이 따른다면 몇 년 뒤 그의 이름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웸반야마와 크리스 폴이 함께 있는 팀이기에 계속해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도노반 클링언 Donovan Clingan
센터, 포틀랜드 블레이저스, 전체 7순위, UCONN
포틀랜드는 대학을 2번이나 정상으로 이끈 218cm 재능을 그냥 지나치긴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오늘날 NBA 농구가 페이스 & 스페이스를 기반으로 한 3점슛 농구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빅맨은 어디든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돌아봤을 때, 스타일은 각기 다르지만 데릭 라이블리, 워커 캐슬러, 제일런 듀렌 같은 거구들은 요긴하게 기용되어 왔다. 최근 계약한 이비카 주바치도 마찬가지다. 포틀랜드는 클링언도 그 대열에 합류하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 정도 스타일로 콜렉터의 눈길을 끌긴 부족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서머리그를 보며 느낀 점은 클링언이 꽤 눈치 있는 선수이며, 오합지졸인 이 팀에 무게감을 더해줄 충분한 기량을 갖춘 선수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기대에 못 미친 1순위 출신 디안드레 에이튼이 많이 긴장해야 할 선수라는 것도 말이다.
서머리그에서 그는 9.0득점(야투 37.5%) 12.3리바운드 4.3블록을 기록했다. 공격은 당연히 미숙할 수밖에 없지만, 리바운드나 수비는 인상적이었다. 빠져야 할 때, 틀어야 할 때 정말 잘 구분했으며, 동료들을 위한 스크린도 뛰어났다. 이미 팀에는 득점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난 선수들이 많다. 서머리그에서야 모든 게 클링언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그는 블루워커 역할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공격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갖진 않아도 될 것이다. 만일 2대2 수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리바운드에 더 헌신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다면 시원한 ‘돌풍’까지는 아니더라도 블레이저스라는 돛단배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순풍 역할은 해줄 것으로 보인다.
케렐 웨어 Kel'el Ware
센터, 마이애미 히트, 15순위, 인디애나 대학
마이애미의 드래프트는 늘 높은 타율을 보여왔다. 도태되는 신인 없이 어떻게든 장점을 활용했다. 심지어 언드래프트 시장에서조차 마이애미의 선수 보는 눈은 탁월했다. 15순위에 지명된 213cm의 웨어는 고교 시절부터 최고의 수비형 빅맨으로 평가받아왔다. 상당히 잘 달리는 선수이며 풋워크도 훌륭하다. 잘 달린다는 것은 단순히 주력이 좋을 뿐 아니라 발도 빨라 헌팅 더 매치업의 희생양이 되는 일이 잦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또, 수비 마인드가 좋은 선수이기에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 사단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팀 중심에는 뱀 아데바요가 있기에 긴 시간을 소화하긴 어렵다. 아데바요는 이미 5번이나 올 디펜시브 팀에 이름을 올렸고 금메달도 2개나 목에 건 팀 내 최고 스타다. 지난 시즌에도 평균 19.3득점 10.4리바운드를 기록했으며, 최근 3년 계약(1억 6,600만 달러)을 연장했기에 이변이 없는 이상 당분간 마이애미는 아데바요의 팀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아데바요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부터 기대해볼 수 있다.
아직 마이애미 로스터에는 토마스 브라이언트와 케빈 러브가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전 경기를 백업할 만큼의 몸 상태는 아니다. 또 마이애미 구단은 웨어의 슈팅 능력에 대해서도 충분히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평가할 표본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구단 내부에서는 감이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콤비 플레이 상황에서의 볼 캐치 능력도 있는 선수이기에 구단의 기대만큼만 노선을 따라가 준다면 아데바요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선수들은 주기적으로 이름이 언급될 것 같은, 개인적으로 지켜보는 유망주들이다. 사르와 이디는 어떻게,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주가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알렉스 사르 Alexsandare Sarr
센터, 워싱턴 위저즈, 2순위, 프랑스
올여름 서머리그를 치르는 동안 리그 관계자들의 호주 리그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많이 떨어졌다. 리그에서 농구 좀 한다는 선수들이 일제히 서머리그 무대에 섰지만 제대로 활약한 선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LA 클리퍼스는 호주 정규리그 1위 팀 스타였던 조시 배넌을 영입했지만, 배넌은 기간 내내 파울 콜에 적응하지 못한 채 헤맸고, 이현중의 동료 샘 프롤링 역시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계약했지만, 코트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벤치 신세의 설움은 이현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외 여러 호주 리그 출신 선수들이 서머리그를 밟았지만 시선은 거의 끌지 못했다. 결국 호주와 NBA의 수준 차를 한 번 더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알렉스 사르도 그중 하나였다. 프로젝트형 기대주로, 지난 시즌 퍼스 와일드 캐츠(Perth Wildcats)에서 한 시즌을 소화했던 그는 213cm의 큰 키에 슈팅을 갖춘 장신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서머리그에서는 실망만 가득했다. 우선 큰 키를 살린 미드레인지, 외곽 슈팅은 상대의 타이트한 압박에 밀렸고, 수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장의 경기만 보고 판단하긴 어렵다. 잔뜩 긴장한 웸반야마가 NBA 페이스에 적응하지 못해 헤맸던 작년 서머리그를 기억해보라. 서머리그가 끝난 뒤에도 웸반야마를 향한 온갖 비아냥이 오갔다. 사르는 그만큼의 기대치는 없는 탓인지 다소 잠잠한, 혹은 무관심한 편이지만 역시나 사르도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제 2005년 8월 26일생으로 19살이 지난 지 며칠 안 되는 선수다. 그가 팀을 이끌었던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을 생각해본다면, 계속 기회가 주어질 몇 년 뒤에는 어떤 득점원으로 성장해있을지 궁금하다. 충분히 긁어볼 만한 복권이다.
잭 이디 Zach Edey
센터, 멤피스 그리즐리스, 9순위, 퍼듀 대학
이미 드래프트까지 되었지만 224cm의 거인, 잭 이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클링언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빅맨에 대한 수요가 예전처럼 간절하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웸반야마처럼 기동력이 좋거나 외곽 플레이 기술이 좋은 선수가 아니기에 과연 요즘 NBA에서도 통할 것이냐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붙어있다. 서머리그에서 몇 차례 위력을 보였지만 부상으로 일찍 하차하면서 그 물음표를 떼진 못했다.
따라서 잭 이디의 정착 여부는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건강을 잘 유지한다면 스티븐 애덤스가 그랬던 것처럼 자 모란트의 든든한 보디가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리바운드, 림 사수는 이미 검증을 받은 부분. 특히 대학 시절에 공격 리바운드 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만큼 멤피스 선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이디의 신인상 수상 가능성도 크게 보는데 정말로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이디가 그런 블루칼라 워커 역할부터 상징적으로 잘해준 덕분이라 봐도 될 것이다.
대런 홈즈 DaRon Holmes II
포워드, 덴버 너게츠, 22순위, 데이튼 대학
홈즈는 파워풀하면서도 스마트한 빅맨으로 서머리그를 준비하는 동안 코칭스태프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신인으로서 서머리그를 준비하는 동안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다해줬고, 코칭스태프가 요구하는 선수 본연의 역할도 합격점을 받았다. 마이클 말론 감독 스타일의 농구에 잘 녹아들었다는 평가였다.
다만 서머리그 경기 중 아킬레스건을 다치고 말았는데 이로 인해 2024-2025시즌에는 그를 볼 수 없게 됐다. 아킬레스건 회복에 대해서는 여러 스타들이 교과서 수준의 회복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긴 인내의 시간을 이겨낸다면 홈즈는 팀의 중요한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덴버는 니콜라 요키치, 애런 고든을 받쳐줄 벤치 자원들이 절실했다. 당장 그런 능력을 갖춘 홈즈를 보지 못하는 것은 많이 아쉽지만, 최근에는 늦깎이 데뷔하는 신인들도 만만치 않게 잘 준비된 모습을 보여왔기에 2025년 여름을 기다려보자.
AJ 존슨 AJ Johnson
가드, 밀워키 벅스, 23순위, 일라와라 호크스(호주)
NBA와 FIBA 농구가 얼마나 스타일이 다른 지 잘 보여준 사례다. 호주에서의 A.J 존슨은 프로젝트형 선수였다. 10대로서 미리 프로를 경험해보는 수준이었다. 호주 농구는 거칠고 전통적이다. 미국인 가드들이 많이 유입되며 페이스도 빨라지고 외곽슛이나 1대1도 늘었지만 NBA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수비자 3초가 존재하고 몸싸움도 피지컬하다. 깡마른 10대 소년 존슨이 버틸 공간이 없었다. 대다수 목 드래프트에서 그를 2라운드, 혹은 언드래프티로 놓은 이유도 호주에서 보여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머리그에서는 달랐다.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특유의 폭발력과 넓은 보폭을 앞세워 돌진, 또 돌진했고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슛 셀렉션, 패스 타이밍, 수비 등 배워야 할 것이 1~2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닥 리버스 감독은 신인들에 그리 관대하지 않다. 그렇지만, 아직 10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른들의 싸움’을 이겨낸 뒤 얼마나 발전해있을지 궁금해진다.
보비 클린트먼 Bobi Klintman
포워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37순위,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
보비 클린트먼은 흔치 않은 스웨덴 국적의 선수다. 세네갈 태생 부친과 스웨덴 국적의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클린트먼은 대학에서 NBA로 직행하지 않고 호주 리그를 거쳤다 NBA로 향했다. 지난 시즌 케언스 타이판스에서 뛰며 프로 무대를 경험했다는 점이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클린트먼은 볼을 오래 들고 플레이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208cm의 신장에 운동능력과 힘이 좋은 선수로 수비와 궂은일, 그리고 속공 마무리와 외곽에 특화되어있다.
오히려 디트로이트 입장에서는 반가운 자원이다. 케이드 커닝햄을 비롯해 볼과 함께 힘을 내는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로부터 파생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디트로이트는 지난 시즌 야투성공률이 46.3%로 24위였다. 3점슛 성공률도 겨우 34.8%로 밑에서 다섯 번째였다. 그렇다고 리바운드가 좋은 편도, 트랜지션 디펜스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신임 감독 J.B 비커스태프는 부임 후 팀 수비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수비 마인드가 좋고, 실제로 움직임도 좋은 클린트먼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며, 오히려 몇몇 1라운더들보다도 롱런할 만한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테렌스 섀넌 Jr. Terrence Shannon Jr.
가드, 미네소타 울브스, 27순위, 일리노이 대학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프로선수가 됐다. 테런스 섀넌 Jr.는 과거 KBL에서 뛰었던 테런스 섀넌의 아들로 올해 드래프트에서 27순위에 지명됐다. 그러나 지명되는 과정은 무척 험난했다. 성폭행 혐의에 휘말려 프로지명은커녕 구치소에 안 가면 다행일 정도로 궁지에 몰렸던 것이다. 다행히 무혐의가 되면서 NBA에 입성하게 됐고, 그는 서머리그에서 준수한 기량을 펼치며 가을 트레이닝 캠프를 기대하게 됐다. 섀넌은 수비에서는 즉시 기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물론 당장 주전이 될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198cm의 키에 208cm에 가까운 윙스팬을 갖고 있어 디플렉션을 유발하거나 2대2 게임을 훼방 놓는 역할로 기용할 수 있다. 다만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올라간 탄탄한 전력의 팀에서 당장 27순위 신인을 오래 기용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울브스는 주기적으로 괜찮은 조연들을 발굴해왔고, 섀넌은 몇 년 뒤 그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섀넌 역시 슈팅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글_손대범(KBSN 농구해설위원, 점프볼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