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ETBALL]상한가 예고! NBA를 주름잡을 2000년대생들

손대범 농구해설위원
2024-05-17


글/ 손대범 KBSN 스포츠 해설위원, 점프볼 편집인


2024년 플레이오프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르브론 제임스,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가 없는 포스트시즌을 맞고 있으며, 카와이 레너드와 폴 조지, 제임스 하든, 지미 버틀러 등 2010년대를 풍미한 베테랑들 없는 2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또 서부 컨퍼런스의 인기 구단들이 몰려있는 퍼시픽 디비전 팀들도 2라운드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이 역시 2005년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얼마 전 아담 실버 NBA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르브론과 스테프(커리)가 이뤄온 일들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그들이 떠나게 된다면 그리울 것이지만, 우리 리그는 충분히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낼 역량이 있다.”


“소셜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스타들은 더 많이 노출되고 있고 그들의 역동적인 장면과 각각이 갖고 있는 드라마는 더 빠른 속도로 확산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NBA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선수들 뿐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 주목해야 할 2000년대생들을 찾아보았다. 만장일치로 신인상을 수상한 빅터 웸반야마(샌안토니오 스퍼스), 데뷔부터 화제가 되었던 1순위 자이언 윌리엄슨(2000년생,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은 제외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스타 반열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 선수 숫자는 정규시즌 종료 기준



2000년생 (총 81명) 

2000년생 기수 : 타이리스 할리버튼 / 타이리스 맥시 


이제 20대 중반에 접어든 2000년생들은 리그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다. 오래전 제이슨 키드 감독(댈러스 매버릭스)은 “NBA에서 5년을 버텼다는 것은 그들만이 갖고 있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는 의미”라며 존중의 뜻을 보인 바 있다. 


선수마다 입성 시기는 다르지만 타일러 히로(마이애미 히트), 다리우스 갈랜드(클리블랜ㄷ 캐벌리어스) 등은 이제 5시즌을 채웠고, 본즈 하일랜드(LA 클리퍼스)와 테일런 홀튼-터커(유타 재즈)는 ‘롱런’과 ‘작별’의 기로에 서 있다. 



2000년생 중 선두 주자는 자이언이겠지만, 그 역시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또다시 부상을 입었기 애초 팬들이 기대한 슈퍼스타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계약 규모도 워낙 크고, 건강할 때 보여준 기량이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볼 선수인 것은 맞지만, 뉴올리언스 팬들이 자이언이라는 햇살에 방긋 웃는 날이 얼마나 될지 의문. 


2000년 출생자 중 ‘TOP TWO’를 꼽자면 타이리스 할리버튼(인디애나 페이서스)과 타이리스 맥시(필라델피아 76ERS)다.


2020년 데뷔(12순위 지명)한 할리버튼(196cm)은 매 시즌 주가가 꾸준히 치솟는 ‘굿 가이’ 중 하나다. 지난해 FIBA 월드컵에 미국국가대표로 선발됐고 2년 연속 NBA 올스타가 됐다. 2023-2024시즌 리그 어시스트 1위(10.9개)에 선정되었으며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등 슈퍼스타들이 출전하는 파리올림픽 미국국가대표팀에도 이미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제 겨우 4번째 시즌을 마친 점을 감안하면 이미 ‘미국인’ 포인트가드 중에서는 자신만의 유니크한 위상을 쌓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할리버튼의 장점은 안정성에 있다. 리그 페이스 2위에도 불구, 공격 전개가 원활했던 것은 할리버튼의 공헌이 크다. 이렇다 할 실수가 없고, 때에 따라 본인도 드라이브와 3점슛으로 수비를 흔들어 놓는다. 2시즌 연속 20+득점 10+어시스트를 달성했다. 자유투 역시 통신 85.6%로 훌륭한 수준. 그간 큰 경기에서 다소 주춤하다는 인상을 주었지만, 밀워키 벅스와의 1라운드 시리즈 3차전에서는 게임을 결정짓는 중요한 앤드원 플레이를 성공시키면서 인디애나 팬들을 웃게 했다. 이 경기에서 할리버튼은 18득점 10리바운드 16어시스트로 인디애나 플레이오프 역사상 4번째 트리플더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런 활약을 두고 ‘레전드’ 샤킬 오닐은 “곧 그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했다. “아직은 도달하지 못했지만 바른 길로 가고 있다”며 말이다. “지금은 스테프(커리)나 케빈 듀란트와 같은 위치에 두진 못하지만, 4~5년 뒤에 그들이 떠난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대선배 레지 밀러도 할리버튼이 마냥 예뻐 보인다. 밀러는 ‘동료들의 눈빛’을 주제로 삼았다. 올스타 브레이크 중 <디 어슬레틱(The Athletic)>과 가진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할리버튼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르브론(제임스)을 보는 것 같다. 때로는 (니콜라) 요키치 바라보듯 한다. 그만큼 이 친구를 믿고 의지한다는 의미다. 할리버튼이라면 팀을 챔피언십으로 이끌어줄 것이라 본다. 그래서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지나치게 후한 평가라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큰 대회를 치르고, 인디애나 합류 후 확고한 메인 볼 핸들러로 자리매김하면서 할리버튼의 심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장 다음 시즌에 어떻게 달라질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이번 시즌 기량발전상(MIP)의 주인공이 된 타이리스 맥시도 주목해야 할 선수다. 


필라델피아는 제임스 하든이 대릴 모리 단장과 분쟁으로 코트에 서지 않았지만 시범경기를 보면서 ‘하든 공백’을 우려하지 않게 됐다. 맥시가 그 자리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21순위로 지명된 맥시는 2023-2024시즌을 기점으로 한 팀의 메인 볼 핸들러이자 원-투 펀치의 일원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NBA 올스타가 됐고, 코비 화이트(시카고 불스)와 알파렌 센군(휴스턴 로케츠)를 제치고 MIP를 수상했다. 


※ 맥시의 22-23시즌 / 23-24시즌 비교 

22-23시즌 : 20.3득점 3.5어시스트 2.9리바운드 

23-24시즌 : 25.9득점 6.2어시스트 3.2리바운드 


단순 숫자 비교일 뿐이지만, 지난 시즌 41경기를 주전으로 나섰던 맥시는 올 시즌 자신이 나선 70경기를 모두 주전으로 장식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직전 시즌 평균 20점의 선수가 기량발전상을 수상하는 일은 세계 어느 리그를 찾아봐도 극히 드문 일이다. 그만큼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이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맥시는 188cm의 작은 체구이지만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 그리고 이에 따른 다양한 마무리 기술을 선사하며 상대를 흔들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 조엘 엠비드의 부상 여파로 뉴욕 닉스에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연장까지 갔던 5차전에서는 마지막 25초 동안 7득점을 몰아치며 46득점을 기록, 팀을 탈락 위기에서 구해냈다. <ESPN>은 ‘맥시가 자신만의 메디슨 스퀘어가든 추억을 만들었다’라고 헤드라인을 걸었다. 필라델피아 가드 중에서는 2001년 앨런 아이버슨(44점) 이후 최다득점이기도 했다. 


NBA에서 성공을 이룬 모든 스타들이 그렇겠지만, 맥시 역시 마인드가 남다른 연습 벌레 중 하나다. “난 나의 훈련과 노력을 믿는다. 내가 일생 동안 해온 것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계속해서 성공하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왔다.” 맥시의 이 마인드는 다음 시즌 그를 한 단계 더 발전으로 이끌 것이다. 



2001년생 (총 54명)

2001년생 기수 : 앤써니 에드워즈 


2001년생은 이제 막 NBA에 적응, ‘괜찮은 자원’으로 인정받는 선수들이다. 단장들로부터 ‘머지않아 올스타가 될 선수감’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대주도 있다.


토론토 랩터스의 스카티 반즈가 대표적. 신인상 수상을 발판 삼아 토론토의 얼굴로 올라선 반즈는 2023-2024시즌 내심 NBA 올스타를 노려봤지만 낙방했다. 그러나 팀이 좀 더 재정비될 새 시즌에는 그의 주가도 함께 오를 것으로 보인다. 


독일 유망주 프랜츠 바그너(올랜도 매직)도 3번째 시즌을 맞아 19.7득점 5.3리바운드 3.7어시스트로 선전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플레이오프 7차전은 야투 15개 중 14개를 실패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 역시도 성장의 과정이다. FIBA 농구월드컵을 시작으로 무럭무럭 경험치를 얻으면서 기대주로 오르고 있다. 같은 팀의 제일런 서그스도 마찬가지. 데뷔 후 가장 많은 75경기에 출전한 서그스는 12.6득점 3.1리바운드 1.4스틸로 훌륭한 가능성을 보였다. 무엇보다 서그스에게 눈길이 가는 부분은 수비다. 연차에 걸맞지 않는 수비에서의 끈기를 보이며 팀을 흡족케 했다. 슈팅 기복은 다소 아쉽지만, 첫 2시즌을 부상에서 허우적댔던 선수임을 감안하면 2024-2025시즌에는 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클리블랜드의 에반 모블리도 빼놓을 수 없는 장신 기대주다. 211cm, USC 출신의 모블리는 2021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에 지명되었다. 부상 탓에 2022-2023시즌만큼은 아니었지만 15.7득점 9.4리바운드 1.4블록으로 골밑을 지켰다. 그는 신인상 투표에서 반즈에 이어 2위였고, 지난 시즌에는 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선정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놀랍게도 ‘올해의 수비수’ 투표에서도 재런 잭슨 Jr, 브룩 로페즈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두 선배에 비하면 표를 많이 얻진 못했지만 데뷔한지 2년 된 ‘초짜’가 선배들과 자웅을 겨루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그 외에도 2001년생 중에는 크리스천 브라운(덴버 너게츠), 케이드 커닝햄(디트로이트 피스톤스), 타리 이슨(휴스턴 로케츠), 워커 케슬러(유타 재즈), 아이작 오코로(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캠 토마스(브루클린 네츠), 제일런 윌리엄스(OKC 썬더) 등 2000년생에 비해 보는 눈이 즐겁고, 배까지 함께 불러오는 유망주가 많다.



그중 가장 빛나는 스타는 단연 ‘앤트맨’ 앤써니 에드워즈가 아닐까 싶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초특급 기대주로, 미네소타는 그의 선전에 힘입어 마침내 2004년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이기며 2라운드에 진출했다.


준수한 마스크와 쇼맨십, 프로로서의 훌륭한 워크에씩, 팀 패배를 마주했을 때 나타나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여전히 나이는 막내급이지만 라커룸에서든, 코트에서든 동료들에게 분발을 촉구하고 지기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태도도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의 토대가 되는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 


팬들은 에드워즈 플레이의 곳곳에 묻어있는 탄탄한 기본기와 에너지에 주목한다. 한창때 마이클 조던과 드웨인 웨이드를 보는 것 같은 탄력과 풋워크도 일품. 누군가는 ‘웨이드 같은 플레이를 펼치면서 코비 브라이언트 같은 기록을 내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니콜라 요키치(덴버)는 미네소타에게 2라운드 시리즈 첫 2경기를 내준 뒤 “정말 어메이징한 선수”라고 극찬했고, 케빈 듀란트(피닉스) 역시 “보기 즐거운 선수”라고 평가했다. 


현재 에드워즈는 23번째 생일 이전에 플레이오프에서 40+득점을 가장 많이 한 선수 2위(4회)다(1위는 루카 돈치치). 듀란트와 르브론 제임스, 아마레 스타더마이어(각 3회)보다도 많은 횟수다. 


※ 앤트맨의 40득점 경기 

2023년 1라운드 2차전 : 41득점(3점슛 6개) 

2024년 1라운드 4차전 : 40득점(3점슛 7개) 9리바운드 6어시스트

2024년 2라운드 1차전 : 43득점 7리바운드 2블록

2024년 2라운드 4차전 : 44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사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역시 승리일 것이다. 미네소타는 아직 그의 40+득점 경기에서 2승 2패에 그치고 있다. 그렇지만 낙담할 이유는 없다. 에드워즈는 겨우 2001년생이고, 팀은 3시즌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라운드를 통과한 것도 무려 20년 만이다. 올해 플레이오프의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며, 에드워즈의 위상 역시 달라져 있을 것이다.


한편 2001년생 중 가장 안타까운 선수는 라멜로 볼과 제임스 와이즈먼이다.


에드워즈(8월 5일생)보다 17일 늦게 태어난 라멜로 볼(201cm)은 캘리포니아 주 치노힐 고교에서 승승장구한데 이어 호주(NBL) 일라와라 호크스에서 10대의 나이로 리그를 휘저은 뒤 NBA에 입성했다. 신인상을 수상했고 올스타에도 뽑혔다. 소속팀 샬럿 호네츠도 플레이오프는 오르지 못했지만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치르며 단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문제였다. 2022-2023시즌에 천 득점-천 리바운드-천 어시스트를 달성한 역대 2번째 어린 선수(1위 르브론)가 됐지만, 부상으로 지난 2시즌은 58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형 론조 볼만큼 치명적이진 않기에 언제든 더 큰 선수가 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날개를 펼쳐 비상해야 할 시기에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2020년 1순위 제임스 와이즈먼은 이제 기억 속에서 잊힌 유망주다. 고교 시절부터 이름을 떨쳤던 211cm 기대주였지만 딱 멤피스 대학 입학까지만 주목을 받았을 뿐, 프로에서는 기대만큼의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 하필 지명된 팀이 온 세상의 관심을 받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였다. G 리그와 NBA를 오가는 애매한 상황이 계속된 가운데 부상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기대주 목록'에서 삭제됐다. 골든스테이트는 2023년 2월, 4각 트레이드를 통해 그를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했다. 2023-2024시즌, 와이즈먼은 63경기를 뛰었지만 7.1득점 5.3리바운드에 그쳤다. 


만일 그를 뽑은 팀이 골든스테이트가 아니었다면? 혹은 1순위가 아니었다면? 아니 좀 더 태엽을 감아 멤피스 대학 진학 및 이후 처신을 더 신중히 했다면? 그의 농구 인생은 조금 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2002년생 (총 43명) 

2002년생 기수 : 쳇 홈그렌 / 파울로 반케로 / 제일런 그린


요즘 NBA에는 대학 4학년을 모두 마치고 진출한 선수는 많지 않다. 길어야 3학년이다. 덴버 너게츠에서 뛰고 있는 루키, 줄리안 스트로더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곤자가 대학 간판 슈터였던 스트로더는 2023년 드래프트 29순위로 지명되어 G 리그와 NBA를 오가며 루키 시즌을 마쳤다. 


혹은 해외리그를 거쳤거나 대학 1년 만을 마치고 프로에 진출한 케이스들은 2021년 드래프티로, 올해로 3번째 시즌을 치른 선수들도 있다. OKC 썬더의 조시 기디, 휴스턴 로케츠의 제일런 그린과 알파렌 센군 등이다. 


대체로 2002년생은 아직 많지 않지만 ‘알짜’가 대거 포진해 있다. 짧은 연차에도 불구하고 주전으로 자리 잡은 선수들도 많다. 그만큼 재능이 있다.



대표 주자는 쳇 홈그렌(216cm)이다. 2022년 드래프트 2순위인 홈그렌은 비시즌, 드류리그 경기 중에 입은 부상으로 데뷔가 연기됐지만 기다린 보람은 확실했다. 올 시즌 소속팀 OKC는 블스틸(8.5개)과 블록(6.6개) 부문 1위를 달렸는데 홈그렌은 블록(2.3개) 부문에서 선두 등극을 확실히 도왔다. 신인이지만 전 경기를 주전으로 출전했으며 NBA 역사상 최초로 블록 150개, 어시스트 150개, 3점슛 100개를 기록했다. 그 중 블록슛 3개 + 3점슛 3개를 달성한 경기만 9경기로, 역대 루키 중 최다 기록이다. 


비록 신인상은 빅터 웸반야마에게 넘겨야 했지만 큰 키에 기동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선보이며 그의 앞을 돌진하는 겁없는(?) 상대들에 혼쭐을 내주었다. 우려가 됐던 내구성도 큰 걱정이 없었다. 언제 다쳤냐는 듯 강인한 플레이를 보였고 앞으로도 꾸준한 관리가 이어진다면 웸반야마와의 라이벌리 역시 기대가 된다.




홈그렌보다 먼저 뽑힌, 그러니까 2022년 드래프트 1순위인 파울로 반케로(올랜도)도 프랜차이즈의 구세주다. 


반케로가 ‘구세주’라 불리는 이유는 성적과 관중 동원부터 알 수 있다.


※ 반케로 데뷔 후 팀 성적 및 홈 관중 변화 

2021-2022시즌 : 평균 15,192명(26위), 22승 60패 

2022-2023시즌 : 평균 17,765명(15위), 34승 48패

2023-2024시즌 : 평균 18,876명(12위), 47승 35패(PO 진출) 


올랜도가 평균 18,000명 이상의 홈 관중을 기록한 건 드와이트 하워드 시절이 마지막이다. 플레이오프도 2020년 이후 첫 진출. 47승을 거둔 것 역시 하워드가 있던 2010-2011시즌(52승 30패) 이후 처음이다. 팀이 어린 탓에 시즌 내내 기복을 탔지만 기어이 플레이오프까지 올라 상대팀 클리블랜드를 7차전까지 몰고갔다. 반케로는 이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초석이 될 인물이다. 


이미 신인상을 거머쥐었고 2번째 시즌을 맞아 NBA 올스타가 되기도 했다. 미국국가대표로 2023년 FIBA 농구 월드컵에도 나섰다. 반케로는 애초 기대했던 1대1 능력과 여기서 파생되는 팀 플레이를 만들 줄 아는 선수다. 드래프트 이전에 지적됐던 슈팅은 계속 개선 중이며, 올랜도도 유능한 수비팀(108.4실점, 리그 3위)으로 거듭나며 반케로도 진화하고 있다. 



오르내림은 있지만, 휴스턴의 제일런 그린(193cm)도 ‘대형 선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볼 가치가 있다. 2021년 드래프트 2순위에 지명된 그린은 10대 시절부터 미국을 대표해온 스코어러였다. 2018년 FIBA U17 월드컵 MVP이기도 했다. 사실 휴스턴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굉장히 어수선한 농구를 펼쳐 현기증을 일으키곤 했다. 그러나 2023-2024시즌 이메 우도카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상을 깨고 41승 41패로 마지막까지 플레이-인 토너먼트 후보팀들을 긴장시켰다. 


41승은 2019-2020시즌 제임스 하든 시대 끝자락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디펜시브 레이팅도 하든 시대 이후 최고 기록. 그린의 플레이도 정돈되기 시작했다. 계속된 잔소리와 거듭된 훈련 덕분이다. 볼없는 움직임, 슛 셀렉션, ‘빅맨’ 센군과의 동선 등 많은 면에서 개선이 이뤄진 것이다. 덕분에 3월에는 서부 컨퍼런스 주간 MVP가 되기도 했는데, 센터 알파렌 센군이 다친 이후 팀내 득점을 도맡으며 3월 성적 13승 2패를 주도했다. 3월, 그의 성적은 27.7득점이었다. 


현재 휴스턴은 타리 이슨, 우스만 가루바, 그린, KJ 마틴, 센군, 자바리 스미스, 타이타이 워싱턴 Jr 등 21세 이하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반대로 25세 이상 선수도 거의 없다. 2024년 드래프트에는 3순위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곧 또 한 명의 ‘20대 초반 유망주’를 얻게 될 것이다. 아마 우도카 감독은 ‘젊은 로켓단’의 기수에 그린을 세울 것이다. 여전히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 나이에 팀의 ‘얼굴’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좀 더 그를 지켜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2003년생 (총 33명) 

2003년생 기수 : 자바리 스미스 Jr.


2002생에 비해 2003년생은 확실한 얼굴이 없다. 이제 막 루키 시즌을 마친 선수들이기에 속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기대할 만한 선수들은 충분히 많다. 



골든스테이트의 깜짝 스타 브랜딘 포젬스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전체 19순위 지명 선수로 신인이지만 주전들의 부상을 틈타 상당한 기회를 받았고 그 기대치에 걸맞는 기량을 보였다. 주전 출전한 28경기 성적은 17승 11패. 승률 60.7%는 15경기 이상 주전으로 뛴 선수 중 팀내 3위였다. 9.2득점 5.8리바운드 3.7어시스트 0.8스틸, 그리고 3점슛 38.5%는 당장 돋보이는 성적은 아닐지 몰라도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어떤 숫자가 나올지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2023-2024시즌 최고 하이라이트는 바로 2월 3일 멤피스 그리즐리스 전으로, 어시스트 14개를 기록하는 동안 실책이 하나도 없었다. 골든스테이트 신인 중에는 최초였다. 인게임에서 보이는 코트 비전과 과감한 플레이 역시 스테픈 커리와 좋은 궁합을 보였는데, 커리는 포젬스키의 패스워크와 시야를 두고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키욘테 조지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신인 시즌을 보냈다. 전체 16순위로 지명된 조지는 유타 재즈가 ‘미래’로 여기는 중요 자원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출전 기회가 늘면서 돋보이기 시작했다. 12.9득점(3점슛 1.9개) 4.4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슈팅에 더 자신감이 붙고 경험을 얻는다면 외곽에서도 무서운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경기 3점슛 9개를 터트리는 등 루키 시즌에 기록한 3점슛 142개는 역대 유타 루키 중 2위였다. (1위는 도노반 미첼. 187개)


샌안토니오 전력분석원 출신인 윌 하디 감독은 키욘테 조지를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을 생각이다. 부상자가 많다 보니 주전 자리도 빨리 맡게 됐지만 이제 겨우 20살을 넘긴 선수가 패기만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디 감독 역시 “비디오를 보면서 그가 더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감각이 있는 선수라 잘 해낼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2003년생 중에는 휴스턴과 디트로이트에서 첫 시즌을 마친 탐슨 형제도 있다. 4순위 아멘 탐슨(휴스턴)과 5순위 어서르 탐슨(디트로이트) 모두 다재다능함을 엿보였다. 워낙 경쟁자도 많았고, 팀도 변화가 지속되었기에 출전 시간이 들쑥날쑥했다. 만일 두 선수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장차 NBA 판타지 게임은 물론이고 많은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선수가 되리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쌍둥이 모두 슈팅을 더 개선해야 할 것이다.



2003년생의 진짜 주인공은 자바리 스미스 Jr(211cm)다. 앞서 소개된 선수들과 동갑이지만 자바리 스미스는 1년 먼저 프로에 도전해 2022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휴스턴에 입단했다. 사실 기록적인 측면에서 스미스는 1년차에 비해 눈에 띄게 좋아진 면은 없었다.


※ 스미스의 1~2년차 기록 비교 

22-23시즌 : 12.8득점 / 7.2리바운드 / 0.9블록 / 3점슛 30.7%

23-24시즌 : 13.7득점 / 8.1리바운드 / 0.8블록 / 3점슛 36.3%


그러나 장기 결장 없이 2시즌 연속 76경기 이상을 전 경기 주전으로 소화했고, 센군이 분담한 역할도 있음을 감안하면 나쁜 수준은 아니다. 2년차에 볼 소유가 더 줄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우도카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지도도 한몫했다. 스티븐 사일러스 감독만 해도 스미스가 루키이다 보니 공격에는 관여를 많이 안 시켰다. 즉, 그를 위한 공격 패턴을 거의 만들지 않았다. 우도카 감독은 스미스의 활용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과거 라마커스 알드리지와 같은 빅맨도 잘 살렸던 경력이 있기에 특유의 하드 트레이닝과 대화, 비디오 분석으로 선수를 녹아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도카 감독은 “스미스의 재능과 하드웨어는 가르친다고 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장기 플랜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특히 좋은 하드웨어는 야니스 아테토쿤보와 같이 ‘진화’하는 대형 스코어러들을 커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밀워키 벅스와의 홈경기가 대표적이다. 당장은 경험과 여기서 나오는 요령이 중요하다. 또 팀내 본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더 책임감있는 행동도 필요하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며 그가 어떤 선수, 어떤 성인 남성으로 성장해갈지 지켜보면 ‘2003년생 기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04년생 (총 15명) 

2004년생 기수 : 빅터 웸반야마


2004년생은 2023-2024시즌을 막 마친 신인들, 그리고 이제 곧 드래프트를 통해 입성할 대학 1학년들에 해당된다. 2004년생 드래프트 대상자들로는 리드 쉐파드(켄터키 대학, 가드), 스테폰 캐슬(코네티컷, 가드), 도노반 클리건(코네티켓, 센터), 후안 누네즈(스페인, 가드)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드래프트 대상자 중에는 2004, 2005년생들이 많다.)



물론 빅터 웸반야마를 빼놓진 못할 것이다. 만장일치로 신인상을 수상한 웸반야마는 이미 칼럼을 통해서도 여러 번 소개됐고, 여러 매체에서도 언급되었기에 소개가 불필요하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2월 후반부터는 모든 경기에서 30분 이상을 소화했고, 자신의 마지막 19경기 중 14경기에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이미 샌안토니오는 웸반야마 2년차를 대비해 파트너 수혈에 돌입했다. 아마 건강만 잘 유지된다면 새 시즌은 더 무서운 장면들을 자주 보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 외 1년 차 NBA 선수 중에는 없을까. 포틀랜드 블레이저스의 스쿳 핸더슨은 아직 조심스럽다. 14.0득점 5.4어시스트로 선전했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이 확인됐다. 데릭 라이블리 II (댈러스 매버릭스), 캠 위트모어(휴스턴), GG 잭슨 II(멤피스) 등도 지켜봐야 할 자원임은 분명하지만, ‘기수’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모호했다.


지금 소개한 선수 외에도 NBA에는 훌륭한 젊은 선수들이 많다. 언제, 어디서 어떤 선수가 또 혜성처럼 등장할지도 모른다. 스테픈 커리가 4번째 시즌을 맞을 때까지만 해도 그가 지금 정도의 대스타가 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12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체결한 첫 연장 계약에 대해서도 ‘과도한 투자’, ‘모험’이라 평가한 전문가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물론 커리 스토리는 십수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사례지만, 이런 놀라운 사례가 나오기에 스포츠가 더 감동적인 것은 아닐까 싶다. 


글/ 손대범 KBSN 스포츠 해설위원, 점프볼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