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손대범 (점프볼 편집인 / KBSN 농구해설위원)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픈 커리가 떠난 뒤 NBA 아이콘의 자리는 누가 물려받을까?'
최근 몇 년간 NBA 및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았던 대화 주제였다.
누가 NBA의 얼굴이 되어 흥행을 주도할 것인가?
2003년 등장한 르브론 제임스는 NBA와 스포츠 브랜드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유명세를 키워갔다. 마냥 푸시만 받은 것이 아니라, 그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실력과 실적으로 검증했다. NBA 올스타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우승 여부를 떠나 꾸준히 NBA 파이널에 진출하며 흥행을 책임졌으니 ‘시대의 아이콘’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글로벌 팀으로 끌어올린 스테픈 커리는 어떠한가. NBA 역사상 가장 많은 3점슛을 넣으며 NBA가 전성 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뉴욕에 연고를 두고 있지 않은 프로선수가 뉴욕 한복판 백화점에 얼굴을 내는 것은 결코 흔치 않다. 미국 어느 도시에 광고를 내도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인물’이라는 의미인데 NBA에 이런 인지도를 지닌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르브론과 커리가 떠날 준비를 할 무렵이 되면 NBA는 오랜만에 이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마이클 조던이 떠난 직후를 생각해보자. ‘포스트 조던’은 90년대 후반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앤퍼니 하더웨이, 제리 스택하우스, 그랜트 힐, 라트렐 스프리웰, 코비 브라이언트, 빈스 카터 등 198~201cm 사이즈에 득점 잘하고 잘 날아다니는 가드들은 모두 조던에 비견됐다. 사실, 누구도 그 상징성을 대체하진 못했지만 각자의 레거시를 쌓아가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 와중에 코비의 경우는 조던의 누적 기록을 넘으며 아이콘으로 남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포스트 조던’에 대한 고민은 200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다. NBA는 의도적으로 조던 흔적을 지우려고 애쓰기도 했다. 새로운 스타들이 더 언급되어야 할 시점이었기에 ‘조던의 NBA’로 인식되는 걸 거절했던 것이다. 국내 ‘수퍼액션’ 채널에 NBA가 중계를 막 시작했을 무렵인데, 당시 NBA 예고편 제작 가이드에 2가지 지침을 전달했다.
첫째는 되도록 다양한 선수들이 노출될 것.
두 번째는 마이클 조던이 나오지 않게 할 것.
그 긴 고민은 2003년 드래프티들의 연차가 쌓이고, 코비가 리그의 중심에 서면서 해소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흥행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된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NBA는 이런 고민을 반복할 것이다.
여전히 얼굴은 많으나 대표할 아이콘이 누구일지는 확정 짓지 못했다. 인위적으로는 어렵다.
WWE는 로만 레인스를 스타 계보의 대표 주자로 세웠지만,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고 있고 팬들은 뻔한 레인스의 우승 시나리오에 지겨움을 느끼고 있다. 로만에 대한 야유와는 별개로 WWE의 흥행은 계속되고 있지만, 레슬매니아 프로모션에서 나타났듯, 그가 업계의 얼굴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팬들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콘이란 어떤 존재일까
첫째는 인지도다. 우리 도시에서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NBA의 근원지인 미국에서부터 모두가 인정하는 ‘스타’여야 한다. 전국 중계방송의 헤드라이너가 되어야 한다. 올스타 팬투표에서 상위권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실력은 언급할 이유가 없다. 실력 없는 선수가 전국 방송의 헤드라이너가 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올스타 팬투표도 마찬가지다. 자자 파출리아 같은 선수들이 자국 팬들로부터 비정상적으로 표를 많이 받는 일이 벌어지자 NBA는 2017년부터 올스타 투표에 미디어와 선수 투표까지 합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NBA 선수들이 어떤 이들인가. 자존심은 하늘을 찌를 듯하여 누구나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2023년, 클레이 탐슨은 팬 투표에서 서부 포워드 부문 5위였지만, 선수 투표에서 25위에 그쳤다. 이런 유형은 아이콘이 될 수 없다.
두 번째는 실적, 혹은 그 실적을 이룰 만한 가능성이다. NBA는 챔피언십이 주는 가중치가 큰 리그다. 우승이 아니더라도 MVP, 올-NBA팀, 득점왕 등을 얼마나 이루었는지도 중요한 척도가 된다. 선수를 언급할 때 수식어가 많이 필요하다.
다음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시그니쳐 농구화 유무와 판매량, NBA 저지 및 관련 머천다이즈 판매량, 인도스먼트 계약 수 등은 아이콘 티어를 정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된다.
르브론과 커리는 지난 몇 년간 이 부문도 선두를 달려왔다. 커리는 언더아머와 사실상 평생 함께 하기로 하며 ‘커리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다.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농구를 잘하긴 하지만 사실상 아이콘 범주에 들 수 없는 선수가 있는데 조엘 엠비드가 MVP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콘’으로 격상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콘이 될 자들을 정리해보았다.
사실 이들 중 누구도 얼굴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몇 년 뒤 뜬금없는 누군가가 혜성같이 등장해 얼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스타의 기준’이 바뀌어 조엘 엠비드 같은 대형 선수가 만인의 사랑을 받는 NBA의 새 얼굴이 될 지도 모른다. 물결은 정체되지 않은 채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 참고: 소개하는 순서는 본 리스트의 랭킹과는 무관
야니스 아테토쿤보 / 밀워키 벅스
미국 나이 기준으로 30대 이하 선수들을 나열했을 때 1994년 12월생인 야니스 아테토쿤보는 ‘NEXT ICON’ 서열의 선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은 자신들의 스타가 ‘절대 선’이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 도덕적으로도 훌륭한 인물이길 기대하는 것이다. 사실 그런 면에서 야니스 아테토쿤보는 완전무결한 선수로 표현하기에 어려운 몇가지 흠집이 있다. 거친 플레이, 코트 밖 매너 등 여러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올해 NBA 올스타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여전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업계에서 올스타 투표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더 상승했다. 2017년부터 NBA는 올스타 투표 방식을 팬, 선수, 미디어 투표 합산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테토쿤보는 팬 투표 외에도 선수와 미디어 투표에서도 늘 1~2위를 다투었다. 이쯤 되면 종사자와 팬들이 인정하는 스타라 볼 수 있다. 그것도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미 인지도 면에서 아테토쿤보는 르브론, 커리, 듀란트의 계보를 이어갈 유력한 ‘젊은 주자’다.
그리스에서 ‘내일’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성공 가도에 오른 자신만의 확실한 스토리도 갖고 있으며, 무명의 신인으로 2013년 NBA에 입성해 슈퍼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무명’이란 표현이 거슬릴 팬도 있겠지만, 내가 직접 체험한 ‘루키’ 아테토쿤보는 그랬다. 무명이었고, NBA 선수 중에서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2014년 NBA 올스타 위켄드 당시, 그의 어렵고 복잡한 이름(Antetokounmpo)을 어떻게 읽을 지는 가장 인기있는 컨텐츠 중 하나였다. 한 기자가 묻자 조 존슨은 당황해하며 ‘알파벳 보이’라고도 얼버무리는 상황도 있었다. 그랬던 선수가 어느새 NBA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정규시즌 MVP 2회(2019, 2020), 올스타전 MVP(2021), NBA 파이널 우승(2021), 파이널 MVP(2021), 퍼스트 팀 5회(2019~2023), 올해의 수비수(2020), 디펜시브 퍼스트팀(2019~2022), 올스타 선정 8회
211cm의 큰 키에 때로는 가드처럼 농구를 하는 아테토쿤보의 파괴력은 밀워키를 강팀 반열에 올려놨다. 팀의 역사도 다 바꿔놨다. 출전 경기,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 트리플더블 역대 1위가 모두 아테토쿤보다. 데뷔 이래 8번이나 50+득점을 기록해 앞으로 2번만 더 기록하면 카림 압둘-자바가 밀워키 시절에 남긴 프랜차이즈 최다 50+득점 기록(10회)과도 타이를 이루게 된다. 무엇보다 2021년에는 꿈에 그리던 NBA 타이틀도 품었다.
그렇다면 과연 시장은 아테토쿤보의 상징성과 상품 가치를 얼마나 평가해줄까.
연봉에 있어 이미 아테토쿤보는 밀워키와 2억 2,800만 달러의 슈퍼맥스 계약을 체결해둔 상태(4년차 이후 옵트아웃 조항)다.
나이키는 그의 별명인 ‘그리스 괴인(Greek Freak)’을 빌려 시그니쳐 ‘Zoom Freak’ 시리즈를 발매했다.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시대의 아이콘들이 시그니쳐 농구화를 보유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테토쿤보 역시 그 루트를 잘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아직 선배들처럼 베스트 셀링 농구화에는 등극하지 못했지만 점차 그의 제품을 신는 동료선수들도 늘고 있을 정도로 시장에서의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 그외에도 아마존, 브라이틀링(시계), 구글, 유닐레버(비누) 등 글로벌 기업과의 후원 계약도 맺은 상태이며, 그의 유니폼은 매 시즌 꾸준히 NBA 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유니폼 TOP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3-2024시즌 전반기 판매량은 5위였다.
‘아이콘’ 여부를 떠나서라도 아테토쿤보의 이런 성과는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밀워키라는 시장의 크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시카고와 근접하긴 했어도 다른 대도시에 비하면 시장의 크기가 작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책정한 밀워키 구단의 가치는 겨우 20위였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뉴욕 닉스, LA 레이커스 등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아테토쿤보가 이 정도 위상의 선수가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밀워키는 2023-2024시즌 전국 방송이 30회 이상 편성됐다.
또한 2023-2024시즌 원정 경기 관중이 가장 많은 구단 중 하나이기도 하다(현재 1위는 LA 레이커스이고, 2위는 밀워키다. 밀워키는 18,812명의 관중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역시도 아테토쿤보가 쌓아 올린 전력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코비, 르브론, 커리 다음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을 내릴 수 있을까.
아테토쿤보는 이미 충분히 기성세대들과 경쟁에서 잘 이겨냈고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과도 달성했다. NBA가 75주년을 맞아 발표한 75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 성과를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 시점 NBA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수라는 것도 말이다. 은퇴 후 영구결번과 명예의 전당 역시 정해진 수순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직 우리는 르브론, 커리 없는 세상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NBA는 다음 세대의 헤드라이너 중 아테토쿤보를 정가운데 세워둘 것이 분명하다.
만일 아테토쿤보가 자신의 전성기에 우승을 1번이라도 더 추가할 수 있다면 그 헤드라이너로서의 위상은 굳건히 이어질 것이다.
물론, 그 위상이 NBA에 르브론, 커리 시대 이상의 볼륨을 선물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많은 어린이들에게 ‘농구 스타’로서의 영감을 주고, 구단과 팬들에게는 ‘응원할 맛’을 느끼게 해주는 스타로서의 위상은 충분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이슨 테이텀 / 보스턴 셀틱스
오늘날 슈퍼스타가 ‘위상’이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10년 전, 20년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것이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하면서 선수들은 이미지 관리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한마디만 실수해도, 1초만 실수해도 자신이 5년, 7년 전에 저질렀던 일들까지 함께 소환되어 파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 모란트는 너무나 아쉽다. ‘농구 실력’으로 모란트를 미워하기란 정말 힘들다. 2023-2024시즌은 부상으로 조기 종영했지만, 짧게나마 모란트가 코트에서 보인 임팩트는 실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팬 투표뿐 아니라 선수와 미디어 투표에서도 서부 가드 부문 상위권을 맴돌았으니, 모란트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건강하게 농구만 잘 하면 모든 명예는 자연스럽게 따라왔을 것이다.
하지만 코트 밖 일련의 사고들은 모란트를 ‘아이콘’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말 그대로 농구 실력으로 소속팀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정상에 올려놓는다면 모를까, 모란트가 다시 헤드라이너가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188cm의 모란트는 나이키를 비롯해 업계에서 앨런 아이버슨과 같은 ‘불굴의 단신 가드’, ‘상황을 뒤집는 언더독’ 이미지로 마케팅하기 좋은 이미지의 선수였다. 1999년생으로 젊고, 무엇보다 ‘미국인’이었다.
글로벌 시대에 미국인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촌스러운 발상이지만 결국 NBA는 ‘미국 상품’이고, 우선은 미국내 붐이 일어나야 ‘돈의 흐름’을 만들 수 있다. 과거처럼 래리 버드와 같은 백인 스타가 필요하다는 ‘인종 논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국내에서 떠받들 수 있는 팬덤이 형성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절차다. 궁극에는 국가대표가 되어 미국이 올림픽(NOT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도록 활약해주는 것까지가 ‘미국인 슈퍼스타’가 밟아야 할 궁극의 코스다.
그런 의미에서 제이슨 테이텀은 다음 세대 아이콘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스타다.
2017년 전체 3순위로 지명된 그는 5년 연속 NBA 올스타에 나서고 있으며, 2023년 올스타에는 역대 기록인 55점을 올리며 MVP가 됐다. 올-NBA 퍼스트 팀에도 2시즌 연속(2022, 2023) 선발되었으며 이미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순히 이름만 올린 프리 라이더(free rider)가 아니었다. 금메달 획득에 큰 역할을 했다. 결승에서는 19득점 7리바운드로 케빈 듀란트(29점)에 이어 팀내 2위였다.
당시 듀란트는 자신에게 공을 주려는 테이텀에게 “나만 보지 말고, 너답게 플레이 해. 네가 한번 부숴봐”라며 ‘파트너’로서의 테이텀을 독려하기도 했다. 테이텀은 올림픽에 앞서 U17 월드컵, U19 월드컵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맥도널드 올-어메리칸은 물론이다.
테이텀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역시나 명문 보스턴 셀틱스의 우승이다.
2022년, 한번 기회가 주어졌으나 그때는 실패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로 분투했지만 2승 4패로 물러나야 했다. 패한 4경기에서 3점슛 성공률은 30.7%에 불과했고 실책도 거의 5개에 이르렀다. 지나친 의존도에 의해 과부하에 걸린 탓도 있지만, NBA 역사상 아이콘이 되었던 인물들은 이런 시련을 이겨내며 정상에 올라섰다.
테이텀은 올 시즌이 ‘아이콘’ 계승 작업의 첫 스테이지가 될 절호의 기회다. 보스턴은 그 어느 팀보다도 빨리 50승 고지를 밟았다. 3월 25일 현재 승률은 80.3%. NBA에서 유일하게 80%대 승률을 올리며 동부 컨퍼런스 선두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홈에서의 강세를 비롯, 내외곽과 공수에서 최상의 짜임새를 자랑하고 있는 만큼, 만일 보스턴이 트로피 진열대에 18번째 우승 트로피를 선사한다면 그는 아이콘 경쟁에서도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테이텀이 아테토쿤보에 비해 유리한 점은 1998년생, 이제 겨우 26살이라는 점이다. 26번째 생일 이전에 327승을 챙겼고, 이는 NBA 역사상 5번째로 많은 승수다. 그 성과의 중심에 테이텀이 서왔다. 26번째 생일 이전에 가장 많은 3점슛(1,239개)를 성공시킨 선수이기도 하다.
아직 젊고, 이룰 것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또, 코트 안팎에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고, 일찌감치 조던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에어 조던의 모델로 활동해왔다는 점, 게토레이와 서브웨이, 애플, 뉴에라, 하이센스, NBA 2K 등 후원 업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 등도 테이텀의 시장성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참고로 조던 브랜드에서 발매한 ‘조던 테이텀’은 지난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매거진이 선정한 ‘2023년 최고 농구화 TOP23’의 1위를 차지했다. 또 2023-2024시즌 전반기 NBA 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저지 2위(1위는 스테픈 커리)에도 올랐다.
+ 저지 판매 순위(2023-24시즌 전반기) +
1위 _ 스테픈 커리
2위 _ 제이슨 테이텀
3위 _ 르브론 제임스
4위 _ 빅터 웸반야마
5위 _ 야니스 아테토쿤보
6위 _ 루카 돈치치
7위 _ 데빈 부커
8위 _ 케빈 듀란트
9위 _ 타이리스 맥시
10위 _ 대미언 릴라드
+ 최근 5시즌 테이텀의 저지 판매 순위 +
23-24시즌 : 2위
22-23시즌 : 3위
21-22시즌 : 5위
20-21시즌 : 5위
19-20시즌 : 4위
셀틱스 홈경기는 평균 19,156명의 관중이 모여 전체 9위이며, 원정에서도 18,851명의 관중을 기록해 전체 1위다. 물론 이것이 테이텀만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지만 가장 많은 대중이 인식하는 스타로 생각해도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셀틱스는 지난 시즌도 원정 경기 관중 부문 2위였다.)
결정적으로 테이텀은 ‘NBA에서 가장 독한 남자’ 블랙 맘바(Black Mamba)의 후계자 중 하나다. 멤바 멘탈리티로 대표되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동경하고 따랐으며, 그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따라서 지금처럼만 착실히 성장한다면,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는 스타로 충분한 상징성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NBA 스타들도 테이텀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르브론은 테이텀이 파이널은 1번뿐이지만 이미 컨퍼런스 파이널에 수 차례 진출한 점을 이야기하며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라 말했다. 니콜라 요키치, 마이클 조던, 그리고 자신이 27~28살에 첫 우승을 했던 것처럼 테이텀의 시간이 곧 다가올 것이라 예견하며 말이다. 듀란트 역시 지난 3월 중순 맞대결 직후 “테이텀은 앞으로 10년, 12년간 리그를 컨트롤할 인물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 어떤 아이콘도 완전무결하진 못했다. 조던조차 코트 밖 구설수가 있었고 르브론과 커리도 성장하는 동안 수많은 네거티브한 장벽들을 넘어섰다. 테이텀에게도 플레이 스타일, 수비력을 비롯 여러 면에서 지적할 만한 요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명성을 집어삼킬 만큼은 아니다.
만일 지금껏 해온 대로만 잘 성장해나가고, 앞서 말했듯 ‘승자의 역사’를 꾸준히 쌓아간다면 그는 NBA, 혹은 미국농구를 상징하는 새 시대의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루카 돈치치 / 댈러스 매버릭스
23-24시즌 서부 백코트 - 팬 투표 1위, 미디어 2위, 선수 투표 2위
22-23시즌 서부 백코트 - 팬 투표 2위, 미디어 1위, 선수 투표 1위
21-22시즌 서부 백코트 - 팬 투표 3위, 미디어 7위, 선수 투표 4위
20-21시즌 서부 백코트 - 팬 투표 5위, 미디어 5위, 선수 투표 4위
꾸준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 선수는 바로 댈러스 매버릭스 가드 루카 돈치치다. 1999년생이지만 워낙 10대 시절부터 굵직한 업적을 남겨왔기에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NBA 진출에 앞서 유럽리그를 휩쓸었고, 유로바스켓과 올림픽, 월드컵에서도 돈치치는 자신만의 능력으로 평범했던 슬로베니아 국가대표팀을 ‘무시하지 못할 팀’으로 성장시켰다. 이제 그를 경기장 밖으로 몰아낼 것은 마인드컨트롤과 테크니컬 파울뿐인 것처럼 보인다.
돈치치는 아테토쿤보처럼 크지도, 길지도 않으며 테이텀이나 코비 브라이언트처럼 화려하거나 높이 뛰지도 않는다. 그러나 온갖 상황에서 발휘되는 농구에 관한 탁월한 감각은 그 누구도 쉽게 따라 하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다.
자신만의 페이스로 NBA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THE ANSWER’ 앨런 아이버슨조차 “자신만의 방식대로 플레이할 줄 아는 선수다. 자신만의 스웩이 있다. 느리다고? 움직임을 한번 보라. 자기 페이스가 확실한 선수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케빈 가넷은 “댈러스에 동상이 하나 더 생긴다면 그건 루카일 것이다”라고 했으며, 폴 피어스는 “윌트 채임벌린이 아니라면 비디오 게임에서나 할 수 있을 만한 기록을 낼 줄 아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댈러스가 매 경기에 앞서 배포하는 미디어 노트는 돈치치 이야기로 빼곡해진 지 오래다. 당장 올 시즌만 해도 마이클 조던, 오스카 로벌슨 같은 레전드들을 여러 차례 소환했다.
* 2023-2024시즌 주요 기록
[1] 이미 18번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해 한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2] 매직 존슨(8회)을 제외하면 샌안토니오 구단을 상대로 가장 많은 트리플더블 기록(7회)
[3] 7경기 연속 20점 동반 트리플더블 기록(조던, 로벌슨 이후 최다)
[4] 6경기 연속 30점 동반 트리플더블 기록
[5] 30점 동반 더블더블 113회로 덕 노비츠키(112회) 제치고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6] 1월 26일, 73득점 10리바운드 7어시스트 기록 (VS 애틀랜타 호크스) / NBA 역대 11번째 70점 동반 더블더블
[7] 댈러스 데뷔 후 50+득점 6회(덕 노비츠키, 저말 매쉬번, 짐 잭슨 도합 4회)
60득점 21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해 NBA 유니버스를 뒤집어 놓은 지 겨우 한 시즌 만에 그는 73점을 기록했다. 르브론 제임스와 제임스 하든 이후 NBA 룰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용하는 스타다. 더 무서운 건 지난 2월 28일에 겨우 25번째 생일을 맞은 선수라는 점이다. 25번째 생일을 맞기도 전에 NBA의 내로라하는 레전드들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5살도 안 된 선수가 60득점 이상을 2번이나 올린 건 마이클 조던과 루카 돈치치 밖에 없다.
이쯤 되니 NBA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조차 ‘루카 매직’, ‘할렐루카’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가 간다.
앞서 소개했듯, 미디어 투표와 팬 투표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있는 선수이며, 테이텀과 마찬가지로 조던 브랜드의 일원으로 시그니쳐 농구화 ‘조던 루카’는 2번째 시리즈를 발매했다. 조던 루카 시리즈는 1과 2 모두 NBA뿐 아니라 WNBA와 유로리그 스타들이 착용하고 있다. 아직 코비나 KD 시리즈만큼 대중적이진 않지만, 어느 정도 인정은 받고있는 셈이다.
이미 소속팀과 5년간 슈퍼맥스(2억 7백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돈치치는 파니니, NBA2K, 바이오스틸 등과 후원 계약을 통해 연간 1,000만 달러씩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굉장한 실력자이고, 인기가 많은 것과 ‘아이콘’이 되는 것은 다소 거리가 있다. ‘아이콘’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그럴 만한 이유가 확실한 선수들이다. 개인상도 중요하겠지만, 농구가 ‘팀 스포츠’인 만큼 ‘팀’으로 이룬 업적도 확실해야 한다.
2018-2019시즌, 신인상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한 돈치치는 트리플더블, 최연소 기록 등을 숱하게 갈아치웠지만, 대선배 덕 노비츠키가 일군 ‘승리’의 업적도 함께 이뤄야 할 것이다. 팀은 2021-2022시즌을 제외하면 한 번도 6할 대 승률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시즌은 플레이오프에 탈락했고, 올 시즌은 41승 29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긴 하지만 자칫 플레이-인 토너먼트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돈치치만의 문제는 아니다. 댈러스는 노비츠키 시대 이후 선수 영입과 관리에 있어 헛발질을 해왔고, 제이슨 키드 감독 역시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를 정도로 안정적이지 못했다. 지금 전력으로 서부 컨퍼런스 상위팀들과 7번 만나 4번을 이길 것이란 확신을 주지 못한다. 노비츠키는 1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비롯 우승 1회, 준우승 1회의 성과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전성기 구간에서는 긴 결장 없이 경기에 나섰다. 원 레그 페이더웨이 점퍼 역시 지금의 돈치치만큼이나 유니크했다. 기술 자체가 수 많은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었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돈치치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그는 데뷔시즌 72경기를 제외하면 아직 한 번도 70경기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다. MVP 투표 역시 4위(2019-2020시즌)가 커리어하이였다.
다만, 돈치치는 아직 굉장히 젊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이뤄온 만큼,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하며 그 놀라운 재능을 더 오래, 꾸준히 발휘하여 팀을 승리로 이끈다면 위상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미국인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가장 시장이 큰 댈러스에서의 성공은 많은 것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시장은 물론이다. 슬로베니아는 세르비아(니콜라 요키치)에 이어 동유럽에서 리그 패스 구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다. 이미 도쿄올림픽 당시에도 ‘스포츠 스타들의 스타’로 거듭났던 돈치치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코비 브라이언트가 그랬던 것처럼, 돈치치도 선수촌 가는 곳마다 사진 및 싸인 요청이 쇄도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는 후문이다. 많은 것이 갖춰졌다.
과연 30살, 35살 돈치치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지 궁금하다.
앤써니 에드워즈 /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2001년생 앤써니 에드워즈는 2020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차세대 거물이다. 엄청난 운동능력과 탄탄한 체격, 승부욕 등을 앞세워 순식간에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제1 옵션으로 올라섰다. 이미 올-루키 퍼스트팀(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NBA 올스타에 선정되는 성과도 일구었다.
사실, 앤써니 에드워즈는 소속팀이 말썽이다.
미네소타는 미국에서 그리 인기 있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마켓 사이즈는 13위~15위를 오가고 있다. 그러나 작은 도시라고 해도 팬들 열정의 크기에 따라 노출이 더 되고, 관중석도 꽉 찰 수 있다.
그런데 이 팀은 그런 게 없다. 홈 관중도 2021-2022시즌에는 22위, 2022-2023시즌은 30위였다. 올 시즌은 서부 선두권을 달린 덕분에 관중이 늘었지만 그럼에도 18,024명으로 23위에 머물러 있다. 올스타가 뛰는 화제의 팀이라면 원정에서라도 관중을 끌 법한데 이 팀은 꾸준히 2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티켓 가격은 어떤가. 평균 티켓 가격 201달러는 올 시즌 하위권인 브루클린 네츠(283달러, 5위), 토론토 랩터스(245달러, 12위)보다도 한참 낮다.
전국 방송 노출도 적다. 2021-2022시즌에는 ESPN 중계도 1번 밖에 없었고, 2022-2023시즌에는 아예 ABC 중계가 없었다. ESPN(6회)과 TNT(4회) 정도였다.
이러한 흥행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저조한 성적 탓이라 할 수 있다. 케빈 가넷이 MVP가 되었던 2003-2004시즌 이후 이 팀은 2017-2018시즌까지 플레이오프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에 꾸준히 40+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갔지만 1라운드는 통과하지 못했다.
올 시즌은 승률 69.0%로 가넷 시대 이후 최고의 선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칼 앤써니 타운스가 무릎 부상으로 아웃된 상황임에도 승리를 쌓아가며 홈코트 어드밴티지도 거의 확보했다.
그 중심에 ‘앤트맨’ 에드워즈가 있다.
이미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FIBA 농구 월드컵에서도 ‘THE MAN’ 역할을 해냈던 그는 NBA가 주목하는 차세대 스타다. (대표팀 감독이었던 스티브 커는 “명실상부한 우리 팀의 ‘the guy’다. 팀도 보고, 팬들도 안다. 다이내믹한 유망주다”라고 평가했고, ‘떠벌이’ 켄드릭 퍼킨스는 월드컵 기간 중 트위터를 통해 ‘신사, 숙녀 여러분! NBA의 얼굴이 될 친구를 찾은 것 같아요!’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제 4번째 시즌을 마무리 중인 그는 26.4득점 5.5리바운드 5.2어시스트로 활약 중이다. 팀내 칼 앤써니 타운스라는 거물이 있다 보니 다른 스타들처럼 40점, 50점 활약을 자주 펼치진 못하지만, 팀이 이길 때면 늘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쳤다. 3월 들어 4경기 연속 30+득점을 올리고 있으며, 30+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도 16회나 기록하며 가넷을 제치고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기록 선수가 됐다.
미네소타 기록만을 정리하고 있는 ‘X(구 트위터)’의 ‘Timberwolves Muse’에 따르면, 그는 2시즌에 걸쳐 무려 50번이나 30+득점 경기를 펼쳤고 이 역시 미네소타 프랜차이즈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지난 3월 8일 인디애나 페이서스 전에서는 클러치 블록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화끈한 슬램덩크는 덤.
이쯤 되니 칼 앤써니 타운스는 미네소타의 성공 요인으로 아예 에드워즈를 꼽기도 했다.
“이미 NBA 최고의 선수처럼 플레이하고 있다. 라커룸에서도 팀을 잘 이끌고 있다. 머지않아 곧 NBA의 얼굴이 될 것 같다. 굉장히 성숙한 선수이며 미래가 밝다. 그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라며 말이다.
이처럼 작은 시장, 저조한 팀 실적에도 ‘앤트맨’은 계속해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NBA 선수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스포츠 업계에서도 말이다.
풋라커, 파니니, 보스, 스프라이트, 우버 이츠, 파파이스, 아디다스 등 많은 스폰서와 후원 계약을 체결해 모델로 활동 중이다. 배우 아담 샌들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허슬(hustle)’에도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데뷔 당시 아디다스 밖에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발전이다. (올 시즌 에드워즈는 자신의 시그니쳐 ‘AE1’을 신고 뛰고 있다. 아쉽게도 이 역시 아디다스가 예년에 비해 농구쪽 홍보를 줄이면서 크게 화제가 되지 못했다.)
아테토쿤보, 테이텀, 돈치치와 비교해보면 에드워즈가 이룬 것은 아직 미미한 수준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아직 22살에 불과하고, 커리어를 시작한 프랜차이즈가 리그 최악의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앞으로 그가 이뤄갈 것에 더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르브론 제임스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농구팀으로 바꾸었듯, 스테픈 커리가 연고지 팬들 외에 거의 거들떠보지 않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이 버는 팀으로 바꾼 것처럼 에드워즈가 미네소타라는 시장을 어디까지 올려놓을지 말이다.
이는 충분히 현실성 있는 이야기다.
칼 앤써니 타운스를 비롯, 여러 선수들은 과거 성공한 NBA 스타들처럼 근면함과 투쟁심을 모두 갖춘 선수라 말한다. 오스틴 리버스(닥 리버스 감독의 아들)는 “절대 가르칠 수 없는 한 가지가 에드워즈에게 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다. 그에게는 확신이 있고, 아우라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LA 클리퍼스의 폴 조지도 에드워즈에 대해 “알파(alpha)가 되어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핵심’ 그 자체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가능성 때문인지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치른 단장 설문에서는 ‘프랜차이즈를 시작할 때 함께 할 선수’로 에드워즈가 5위를 차지했다. 조엘 엠비드, 제이슨 테이텀보다도 많은 표를 받은 것이다.
에드워즈에게 어떠한 조건을 붙이기엔 너무 이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더 다듬어져야 한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 역시도 젊기에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코트 밖 사생활만 조심한다면 그는 훌륭한 농구 아이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디다스는 에드워즈의 시그니쳐 농구화 ‘AE1’을 발매하며 “에드워즈는 실망시키지 않아”라는 문구를 계속해서 노출했다.
그 문구에 걸맞는 플레이만 이어간다면, 그는 선배들의 예상대로 ‘NBA의 얼굴’이 될 것이다.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
‘스토리’는 아이콘의 필수 조건이다. 대중이 가장 좋아하는 서사는 패배, 시련의 아픔을 극복하고 스타로 성장하는 것이다. LA 클리퍼스 데뷔 후 대형 스타와 트레이드되어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나야 했던 그는 어느덧 소속팀뿐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하나, 둘 단점을 개선해가며 NBA에서 가장 쉽게 점수를 뽑아내는 선수가 됐고, 모국인 캐나다 농구협회에서 가장 먼저 찾는 스타가 됐다.
‘농구 종주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가장 가까이 붙어있고, 농구의 창시자라 불리는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의 고향이지만, 정작 국제대회 성적만 보면 ‘변방’이나 다름없던 캐나다를 FIBA 농구 월드컵 결승에 올려놓으며 말이다.
올 시즌에는 소속팀 OKC 썬더가 리빌딩을 마치고, NBA 우승 후보로까지 올라서면서 그는 진지하게 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마이애미 히트의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OKC를 ‘정말 잘 훈련된 팀’이라 말한다. 하루아침에 등장한 팀이 아니라, 좋은 감독과 확고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며 말이다. 그 중심에 선 선수가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이하 SGA)다.
SGA는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주목받는 선수다. 2022-203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평균 30득점(30.5점)을 넘기며 현재 득점 3위에 올라있다. 경기마다 성공시키는 자유투 7.6개는 리그 1위다. NBA 트랜드에 맞지 않게 득점 대비 3점슛 비중은 극히 적지만, 스크린 한번, 퍼스트스텝 한번에 마치 고속도로를 홀로 질주하듯 림까지 파고 들어가는 그 돌파 실력이 있기에 굳이 지적할 요인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아이솔레이션으로 뽑아내는 득점은 돈치치(7.9점)에 이어 2위(7.0점)이다.
+ 아이솔레이션 득점 순위 +
1위- 루카 돈치치, 7.9점
2위-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7.0점
3위- 제이슨 테이텀, 6.6점
4위- 조엘 엠비드, 6.5점
5위- 자이언 윌리엄슨, 4.9점
+ 드라이브 득점 순위 +
1위-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16.9점
2위- 자 모란트, 14.0점
3위- 루카 돈치치, 13.7점
4위- 자이언 윌리엄슨, 12.0점
5위- 제일런 브런슨, 11.6점
대신 미드레인지 점퍼는 경기당 2.4개(54.5%)로 데빈 부커, 케빈 듀란트, 브랜든 잉그램, 더마 데로잔 등 그간 ‘미드레인지 장인’이라 불려온 선배들보다도 많이 꽂고 있다. 수비도 나쁘지 않다. SGA는 2.1개의 스틸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디플렉션 역시 리그 2위이며, 루즈볼 리커버도 팀내 1위다. (평균 30득점 + 스틸 2개를 기록한 선수는 조던과 커리뿐이었다.)
무엇보다 묵묵함도 주목해야 한다. 돈치치, 에드워드, 트레이 영, 데빈 부커 등에 비해 항의, 혹은 이로 인한 테크니컬 파울 횟수가 극히 적다.
OKC 선배이자, 젊은 세대에 대한 칭찬을 항상 아끼지 않는 듀란트는 “시대마다 6~7명의 선수들이 게임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곤 한다. 리그를 둘러보면 그런 선수들이 있다. 지금은 셰이, 앤트맨(앤써니 에드워즈), (데빈)부커, 루카(돈치치), 타이리스 매시, 타이리스 할리버튼 등이 있다”라며 SGA도 그중 하나로 꼽았다.
르브론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는데, 지난 NBA 올스타 주간 중 ‘INSIDE NBA’ 패널들과의 대담 중 다음 세대 횃불을 넘겨받을 선수로 두 명을 꼽았다. 바로 셰이와 앤트맨이다. “두 선수는 내가 은퇴하고, 스테프(커리)와 KD(듀란트)가 떠나면 NBA를 이끌어 줄 것”이라며 말이다.
이미 MVP 트로피와 우승 트로피를 품은 니콜라 요키치도 비슷했다. “SGA는 이 리그의 골칫덩이다. 막기가 정말 힘들거든. SGA는 기록보다 승리를 더 신경 쓰는 선수다. 그게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OKC와의 맞대결 직후 요키치가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물론, 선배들로부터 언급된 SGA나 앤트맨 모두 아직 NBA 유니폼 판매 순위나 올스타 팬투표에서 상위를 오래 유지하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에드워즈가 아디다스에서 시그내쳐 농구화(AE1)를 발매했지만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처럼, SGA도 사실 아직은 컨버스에서 발매된 농구화로 재미를 보진 못하고 있다. (시그내쳐 농구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앤트맨이 그렇듯, SGA도 자신의 6번째 시즌을 맞아 자신의 입지를 한껏 키우고 있다.
그는 이미 에드워즈가 겪은 인고의 시간도 거쳤다. 대대적인 리빌딩을 통해 패배의 쓴맛도 봤다.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 두 시즌에 걸쳐 OKC가 거둔 승수가 겨우 46승이었다. 올 시즌 OKC는 이미 49승 21패로 두 시즌 승수를 넘어섰고 아마 이 페이스대로라면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케빈 듀란트 시대 이후 처음으로 57승 고지를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리빌딩을 통해 OKC는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팀으로 거듭났다. 마크 데이그널트 감독은 SGA를 공격의 중심축에 세우는 동시에 젊고 든든한 조력자들을 공수에 대거 배치, 그가 더 빛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마도 이런 과정들은 리빌딩 버튼을 누른 모든 팀들이 꿈꾸는 방식일 것이다. 게다가 쳇 홈그렌을 비롯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통해 합류할 것임을 감안하면, OKC의 미래도 밝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SGA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리더십과 인품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샤킬 오닐이 그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캐나다 대표팀과 OKC에서 줄곧 함께 뛰어온 루 도트는 “그가 있었기에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와 태도가 동료들에게 영감을 준다”라고 했다. 캐나다 대표팀의 조르디 페르난데스 감독은 SGA에게 주장직을 맡겼는데, 결과가 대만족이라고도 했다. “슈퍼스타이지만 대표팀에서도 모든 것에 빠짐없이 최선을 다했고 주문하는 모든 것들을 이행했다. 동시에 동료들을 정말 잘 챙겼다”라며 말이다.
SGA는 이런 부분에 있어 커리어 초창기 함께 한 크리스 폴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가깝게 지내면서 리더로서의 덕목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물론 SGA도 에드워즈처럼 작은 시장이 한계일 수 있다. 오히려 오클라호마 시티는 미네소타보다도 훨씬 작다. 「스포츠 미디어 왓치(sports media watch)」 통계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시티 연고지 규모는 NBA 26위다. 미네소타보다도 10여 계단 낮다.
그럼에도, 시장이 작아도 컨텐츠(농구)가 좋으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10여 년 전, 그들의 선배(제임스 하든-케빈 듀란트-러셀 웨스트브룩)들이 충분히 보여줬다. 그 시기 OKC는 리그 TOP5는 아니었어도 TOP 10~15위에 계속 들었을 정도로 홈관중의 열기가 꾸준했고, 원정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이었다. 또, 올 시즌 OKC도 원정에서만큼은 관중 동원이 11위(평균 18,387명)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OKC는 서부 1~2위로 플레이오프에 갈 것이며 충분히 전국 방송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테이텀과 에드워즈, 돈치치가 그런 것처럼 SGA 역시 리그 대표 스코어러이자 한 나라(캐나다)의 농구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캐나다 농구는 SGA로 인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자력으로 파리올림픽 진출권까지 따냈기에 앞으로 우리는 해가 지날수록 달라지는 그의 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빅터 웸반야마 / 샌안토니오 스퍼스
빅맨이 시대의 아이콘이 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실력자이자 레전드로서 한 프랜차이즈를 대표한 사례는 있었어도, 혹은 엄청난 파괴력으로 규칙 개정을 끌어낸 사례는 있었어도 시대를 대표하는 실력자로 우뚝 선 사례는 적어도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샤킬 오닐은 그런 면에서 실력뿐 아니라 매너와 입담까지 갖춰 스타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다. LA 레이커스를 3년 연속 이끈 슈퍼스타였고, 많은 팀들은 오닐을 상대하기 위한 갖가지 전략을 내세워야 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파울로 끊어서라도 그를 멈추겠다는 ‘핵 어 샤크(hack-a-shaq)’라는 작전이 나온 것만으로 알 수 있다. 우리는 드와이트 하워드에게도 그런 면을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발전은 오닐만큼 빠르고 확실하지 못했다. 오닐보다도 부상이 잦았던 점도 아쉽다.
‘빅맨’ 카테고리에 넣기는 애매하지만, 자이언 윌리엄슨은 ‘파괴자’로서의 면모를 뽐낼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지방에 의해 그 파괴력이 감소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계약 조건에 체중 관리가 포함됐을까. 페이스가 말도 안 되고 빨라지고, 3점슛이 대세가 된 현 시대의 농구 스타일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거구’의 선수가 시대를 지배할 가능성은 더 줄어들 것이다. 아무리 ‘하이브리드’를 외쳐도 그 내구성이 얼마나 버틸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만일 빅맨 중 그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웸비’ 웸반야마일 것이다. ‘괴물 신인’의 위상은 실로 엄청났다. 7피트 3인치(224cm)의 프랑스 산 신인은 자신의 사이즈와 재능을 앞세워 NBA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균 20.7득점(신인 1위) 10.4리바운드(신인 1위) 3.4블록(1위) 1.25스틸(1위) 등 멋진 지표를 남기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면에서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 27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 5블록 5스틸로 '5X5'를 기록한 최연소 선수로 등록 (NBA 역사상 15번째 선수)
□ 21분 02초 만에 트리플더블 (16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 0실책) 기록 (2014년 러셀 웨스트브룩의 20분 이후 최단시간)
□ 27득점 14리바운드 10블록 5어시스트 기록 : 카림 압둘-자바, 하킴 올라주원, 랄프 샘슨, 데이비드 로빈슨 이후 역대 5번째
□ 블록을 동반한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역대 4번째 루키 (데이비드 로빈슨, 마크 이튼, 랄프 샘슨)
여기에 더 무서운 건 높이뿐 아니라 3점슛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며, 더 무서운건 이제 겨우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들이 ‘웸비’를 피하려다 실수를 하고, 터프샷을 던지는 광경을 보기 위해 체육관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 26위였던 샌안토니오 홈구장은 1,000명 가까이 평균 관중이 증가했다. 2021-2022시즌 한때 15,000명까지 추락했던 이곳이 2019-2020시즌 이후 처음으로 18,000명대로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자이언이 체중 관리와 부상으로 우려를 샀고, ‘원조 유니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그랬듯, 웸반야마 역시 내구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샌안토니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출전 시간을 조절하는 등 첫 시즌부터 무리를 시키지 않고 있다. 특급 신인이 온 만큼 팀을 제대로 짜겠다는 욕심을 내기보다는, 어찌 보면 한 시즌의 동행을 통해 웸반야마를 관찰하며 활용법을 연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일 그가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더 나아가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다시 한번 리그의 지배자로 끌어올린다면 리그 최고의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쩌면 이들이 아닌 전혀 새로운 인물이 시대의 지배자로 나설 수 있다. NBA에 데뷔하지 않은 10대 중에서도 말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농구계에는 그럴 만한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 매년 쏟아지고 있다. 아마도 4월, 포틀랜드에서 열릴 훕 써밋(Hoop Summit)에서도 그런 미래의 자원들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글_손대범 (점프볼 편집인 / KBSN 농구해설위원)
글_손대범 (점프볼 편집인 / KBSN 농구해설위원)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픈 커리가 떠난 뒤 NBA 아이콘의 자리는 누가 물려받을까?'
최근 몇 년간 NBA 및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았던 대화 주제였다.
누가 NBA의 얼굴이 되어 흥행을 주도할 것인가?
2003년 등장한 르브론 제임스는 NBA와 스포츠 브랜드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유명세를 키워갔다. 마냥 푸시만 받은 것이 아니라, 그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실력과 실적으로 검증했다. NBA 올스타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우승 여부를 떠나 꾸준히 NBA 파이널에 진출하며 흥행을 책임졌으니 ‘시대의 아이콘’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글로벌 팀으로 끌어올린 스테픈 커리는 어떠한가. NBA 역사상 가장 많은 3점슛을 넣으며 NBA가 전성 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뉴욕에 연고를 두고 있지 않은 프로선수가 뉴욕 한복판 백화점에 얼굴을 내는 것은 결코 흔치 않다. 미국 어느 도시에 광고를 내도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인물’이라는 의미인데 NBA에 이런 인지도를 지닌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르브론과 커리가 떠날 준비를 할 무렵이 되면 NBA는 오랜만에 이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마이클 조던이 떠난 직후를 생각해보자. ‘포스트 조던’은 90년대 후반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앤퍼니 하더웨이, 제리 스택하우스, 그랜트 힐, 라트렐 스프리웰, 코비 브라이언트, 빈스 카터 등 198~201cm 사이즈에 득점 잘하고 잘 날아다니는 가드들은 모두 조던에 비견됐다. 사실, 누구도 그 상징성을 대체하진 못했지만 각자의 레거시를 쌓아가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 와중에 코비의 경우는 조던의 누적 기록을 넘으며 아이콘으로 남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포스트 조던’에 대한 고민은 200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다. NBA는 의도적으로 조던 흔적을 지우려고 애쓰기도 했다. 새로운 스타들이 더 언급되어야 할 시점이었기에 ‘조던의 NBA’로 인식되는 걸 거절했던 것이다. 국내 ‘수퍼액션’ 채널에 NBA가 중계를 막 시작했을 무렵인데, 당시 NBA 예고편 제작 가이드에 2가지 지침을 전달했다.
첫째는 되도록 다양한 선수들이 노출될 것.
두 번째는 마이클 조던이 나오지 않게 할 것.
그 긴 고민은 2003년 드래프티들의 연차가 쌓이고, 코비가 리그의 중심에 서면서 해소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흥행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된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NBA는 이런 고민을 반복할 것이다.
여전히 얼굴은 많으나 대표할 아이콘이 누구일지는 확정 짓지 못했다. 인위적으로는 어렵다.
WWE는 로만 레인스를 스타 계보의 대표 주자로 세웠지만,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고 있고 팬들은 뻔한 레인스의 우승 시나리오에 지겨움을 느끼고 있다. 로만에 대한 야유와는 별개로 WWE의 흥행은 계속되고 있지만, 레슬매니아 프로모션에서 나타났듯, 그가 업계의 얼굴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팬들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콘이란 어떤 존재일까
첫째는 인지도다. 우리 도시에서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NBA의 근원지인 미국에서부터 모두가 인정하는 ‘스타’여야 한다. 전국 중계방송의 헤드라이너가 되어야 한다. 올스타 팬투표에서 상위권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실력은 언급할 이유가 없다. 실력 없는 선수가 전국 방송의 헤드라이너가 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올스타 팬투표도 마찬가지다. 자자 파출리아 같은 선수들이 자국 팬들로부터 비정상적으로 표를 많이 받는 일이 벌어지자 NBA는 2017년부터 올스타 투표에 미디어와 선수 투표까지 합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NBA 선수들이 어떤 이들인가. 자존심은 하늘을 찌를 듯하여 누구나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2023년, 클레이 탐슨은 팬 투표에서 서부 포워드 부문 5위였지만, 선수 투표에서 25위에 그쳤다. 이런 유형은 아이콘이 될 수 없다.
두 번째는 실적, 혹은 그 실적을 이룰 만한 가능성이다. NBA는 챔피언십이 주는 가중치가 큰 리그다. 우승이 아니더라도 MVP, 올-NBA팀, 득점왕 등을 얼마나 이루었는지도 중요한 척도가 된다. 선수를 언급할 때 수식어가 많이 필요하다.
다음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시그니쳐 농구화 유무와 판매량, NBA 저지 및 관련 머천다이즈 판매량, 인도스먼트 계약 수 등은 아이콘 티어를 정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된다.
르브론과 커리는 지난 몇 년간 이 부문도 선두를 달려왔다. 커리는 언더아머와 사실상 평생 함께 하기로 하며 ‘커리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다.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농구를 잘하긴 하지만 사실상 아이콘 범주에 들 수 없는 선수가 있는데 조엘 엠비드가 MVP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콘’으로 격상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콘이 될 자들을 정리해보았다.
사실 이들 중 누구도 얼굴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몇 년 뒤 뜬금없는 누군가가 혜성같이 등장해 얼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스타의 기준’이 바뀌어 조엘 엠비드 같은 대형 선수가 만인의 사랑을 받는 NBA의 새 얼굴이 될 지도 모른다. 물결은 정체되지 않은 채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 참고: 소개하는 순서는 본 리스트의 랭킹과는 무관
야니스 아테토쿤보 / 밀워키 벅스
미국 나이 기준으로 30대 이하 선수들을 나열했을 때 1994년 12월생인 야니스 아테토쿤보는 ‘NEXT ICON’ 서열의 선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은 자신들의 스타가 ‘절대 선’이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 도덕적으로도 훌륭한 인물이길 기대하는 것이다. 사실 그런 면에서 야니스 아테토쿤보는 완전무결한 선수로 표현하기에 어려운 몇가지 흠집이 있다. 거친 플레이, 코트 밖 매너 등 여러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올해 NBA 올스타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여전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업계에서 올스타 투표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더 상승했다. 2017년부터 NBA는 올스타 투표 방식을 팬, 선수, 미디어 투표 합산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테토쿤보는 팬 투표 외에도 선수와 미디어 투표에서도 늘 1~2위를 다투었다. 이쯤 되면 종사자와 팬들이 인정하는 스타라 볼 수 있다. 그것도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미 인지도 면에서 아테토쿤보는 르브론, 커리, 듀란트의 계보를 이어갈 유력한 ‘젊은 주자’다.
그리스에서 ‘내일’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성공 가도에 오른 자신만의 확실한 스토리도 갖고 있으며, 무명의 신인으로 2013년 NBA에 입성해 슈퍼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무명’이란 표현이 거슬릴 팬도 있겠지만, 내가 직접 체험한 ‘루키’ 아테토쿤보는 그랬다. 무명이었고, NBA 선수 중에서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2014년 NBA 올스타 위켄드 당시, 그의 어렵고 복잡한 이름(Antetokounmpo)을 어떻게 읽을 지는 가장 인기있는 컨텐츠 중 하나였다. 한 기자가 묻자 조 존슨은 당황해하며 ‘알파벳 보이’라고도 얼버무리는 상황도 있었다. 그랬던 선수가 어느새 NBA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정규시즌 MVP 2회(2019, 2020), 올스타전 MVP(2021), NBA 파이널 우승(2021), 파이널 MVP(2021), 퍼스트 팀 5회(2019~2023), 올해의 수비수(2020), 디펜시브 퍼스트팀(2019~2022), 올스타 선정 8회
211cm의 큰 키에 때로는 가드처럼 농구를 하는 아테토쿤보의 파괴력은 밀워키를 강팀 반열에 올려놨다. 팀의 역사도 다 바꿔놨다. 출전 경기,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 트리플더블 역대 1위가 모두 아테토쿤보다. 데뷔 이래 8번이나 50+득점을 기록해 앞으로 2번만 더 기록하면 카림 압둘-자바가 밀워키 시절에 남긴 프랜차이즈 최다 50+득점 기록(10회)과도 타이를 이루게 된다. 무엇보다 2021년에는 꿈에 그리던 NBA 타이틀도 품었다.
그렇다면 과연 시장은 아테토쿤보의 상징성과 상품 가치를 얼마나 평가해줄까.
연봉에 있어 이미 아테토쿤보는 밀워키와 2억 2,800만 달러의 슈퍼맥스 계약을 체결해둔 상태(4년차 이후 옵트아웃 조항)다.
나이키는 그의 별명인 ‘그리스 괴인(Greek Freak)’을 빌려 시그니쳐 ‘Zoom Freak’ 시리즈를 발매했다.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시대의 아이콘들이 시그니쳐 농구화를 보유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테토쿤보 역시 그 루트를 잘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아직 선배들처럼 베스트 셀링 농구화에는 등극하지 못했지만 점차 그의 제품을 신는 동료선수들도 늘고 있을 정도로 시장에서의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 그외에도 아마존, 브라이틀링(시계), 구글, 유닐레버(비누) 등 글로벌 기업과의 후원 계약도 맺은 상태이며, 그의 유니폼은 매 시즌 꾸준히 NBA 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유니폼 TOP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3-2024시즌 전반기 판매량은 5위였다.
‘아이콘’ 여부를 떠나서라도 아테토쿤보의 이런 성과는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밀워키라는 시장의 크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시카고와 근접하긴 했어도 다른 대도시에 비하면 시장의 크기가 작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책정한 밀워키 구단의 가치는 겨우 20위였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뉴욕 닉스, LA 레이커스 등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아테토쿤보가 이 정도 위상의 선수가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밀워키는 2023-2024시즌 전국 방송이 30회 이상 편성됐다.
또한 2023-2024시즌 원정 경기 관중이 가장 많은 구단 중 하나이기도 하다(현재 1위는 LA 레이커스이고, 2위는 밀워키다. 밀워키는 18,812명의 관중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역시도 아테토쿤보가 쌓아 올린 전력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코비, 르브론, 커리 다음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을 내릴 수 있을까.
아테토쿤보는 이미 충분히 기성세대들과 경쟁에서 잘 이겨냈고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과도 달성했다. NBA가 75주년을 맞아 발표한 75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 성과를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 시점 NBA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수라는 것도 말이다. 은퇴 후 영구결번과 명예의 전당 역시 정해진 수순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직 우리는 르브론, 커리 없는 세상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NBA는 다음 세대의 헤드라이너 중 아테토쿤보를 정가운데 세워둘 것이 분명하다.
만일 아테토쿤보가 자신의 전성기에 우승을 1번이라도 더 추가할 수 있다면 그 헤드라이너로서의 위상은 굳건히 이어질 것이다.
물론, 그 위상이 NBA에 르브론, 커리 시대 이상의 볼륨을 선물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많은 어린이들에게 ‘농구 스타’로서의 영감을 주고, 구단과 팬들에게는 ‘응원할 맛’을 느끼게 해주는 스타로서의 위상은 충분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이슨 테이텀 / 보스턴 셀틱스
오늘날 슈퍼스타가 ‘위상’이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10년 전, 20년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것이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하면서 선수들은 이미지 관리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한마디만 실수해도, 1초만 실수해도 자신이 5년, 7년 전에 저질렀던 일들까지 함께 소환되어 파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 모란트는 너무나 아쉽다. ‘농구 실력’으로 모란트를 미워하기란 정말 힘들다. 2023-2024시즌은 부상으로 조기 종영했지만, 짧게나마 모란트가 코트에서 보인 임팩트는 실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팬 투표뿐 아니라 선수와 미디어 투표에서도 서부 가드 부문 상위권을 맴돌았으니, 모란트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건강하게 농구만 잘 하면 모든 명예는 자연스럽게 따라왔을 것이다.
하지만 코트 밖 일련의 사고들은 모란트를 ‘아이콘’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말 그대로 농구 실력으로 소속팀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정상에 올려놓는다면 모를까, 모란트가 다시 헤드라이너가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188cm의 모란트는 나이키를 비롯해 업계에서 앨런 아이버슨과 같은 ‘불굴의 단신 가드’, ‘상황을 뒤집는 언더독’ 이미지로 마케팅하기 좋은 이미지의 선수였다. 1999년생으로 젊고, 무엇보다 ‘미국인’이었다.
글로벌 시대에 미국인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촌스러운 발상이지만 결국 NBA는 ‘미국 상품’이고, 우선은 미국내 붐이 일어나야 ‘돈의 흐름’을 만들 수 있다. 과거처럼 래리 버드와 같은 백인 스타가 필요하다는 ‘인종 논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국내에서 떠받들 수 있는 팬덤이 형성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절차다. 궁극에는 국가대표가 되어 미국이 올림픽(NOT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도록 활약해주는 것까지가 ‘미국인 슈퍼스타’가 밟아야 할 궁극의 코스다.
그런 의미에서 제이슨 테이텀은 다음 세대 아이콘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스타다.
2017년 전체 3순위로 지명된 그는 5년 연속 NBA 올스타에 나서고 있으며, 2023년 올스타에는 역대 기록인 55점을 올리며 MVP가 됐다. 올-NBA 퍼스트 팀에도 2시즌 연속(2022, 2023) 선발되었으며 이미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순히 이름만 올린 프리 라이더(free rider)가 아니었다. 금메달 획득에 큰 역할을 했다. 결승에서는 19득점 7리바운드로 케빈 듀란트(29점)에 이어 팀내 2위였다.
당시 듀란트는 자신에게 공을 주려는 테이텀에게 “나만 보지 말고, 너답게 플레이 해. 네가 한번 부숴봐”라며 ‘파트너’로서의 테이텀을 독려하기도 했다. 테이텀은 올림픽에 앞서 U17 월드컵, U19 월드컵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맥도널드 올-어메리칸은 물론이다.
테이텀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역시나 명문 보스턴 셀틱스의 우승이다.
2022년, 한번 기회가 주어졌으나 그때는 실패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로 분투했지만 2승 4패로 물러나야 했다. 패한 4경기에서 3점슛 성공률은 30.7%에 불과했고 실책도 거의 5개에 이르렀다. 지나친 의존도에 의해 과부하에 걸린 탓도 있지만, NBA 역사상 아이콘이 되었던 인물들은 이런 시련을 이겨내며 정상에 올라섰다.
테이텀은 올 시즌이 ‘아이콘’ 계승 작업의 첫 스테이지가 될 절호의 기회다. 보스턴은 그 어느 팀보다도 빨리 50승 고지를 밟았다. 3월 25일 현재 승률은 80.3%. NBA에서 유일하게 80%대 승률을 올리며 동부 컨퍼런스 선두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홈에서의 강세를 비롯, 내외곽과 공수에서 최상의 짜임새를 자랑하고 있는 만큼, 만일 보스턴이 트로피 진열대에 18번째 우승 트로피를 선사한다면 그는 아이콘 경쟁에서도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테이텀이 아테토쿤보에 비해 유리한 점은 1998년생, 이제 겨우 26살이라는 점이다. 26번째 생일 이전에 327승을 챙겼고, 이는 NBA 역사상 5번째로 많은 승수다. 그 성과의 중심에 테이텀이 서왔다. 26번째 생일 이전에 가장 많은 3점슛(1,239개)를 성공시킨 선수이기도 하다.
아직 젊고, 이룰 것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또, 코트 안팎에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고, 일찌감치 조던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에어 조던의 모델로 활동해왔다는 점, 게토레이와 서브웨이, 애플, 뉴에라, 하이센스, NBA 2K 등 후원 업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 등도 테이텀의 시장성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참고로 조던 브랜드에서 발매한 ‘조던 테이텀’은 지난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매거진이 선정한 ‘2023년 최고 농구화 TOP23’의 1위를 차지했다. 또 2023-2024시즌 전반기 NBA 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저지 2위(1위는 스테픈 커리)에도 올랐다.
+ 저지 판매 순위(2023-24시즌 전반기) +
1위 _ 스테픈 커리
2위 _ 제이슨 테이텀
3위 _ 르브론 제임스
4위 _ 빅터 웸반야마
5위 _ 야니스 아테토쿤보
6위 _ 루카 돈치치
7위 _ 데빈 부커
8위 _ 케빈 듀란트
9위 _ 타이리스 맥시
10위 _ 대미언 릴라드
+ 최근 5시즌 테이텀의 저지 판매 순위 +
23-24시즌 : 2위
22-23시즌 : 3위
21-22시즌 : 5위
20-21시즌 : 5위
19-20시즌 : 4위
셀틱스 홈경기는 평균 19,156명의 관중이 모여 전체 9위이며, 원정에서도 18,851명의 관중을 기록해 전체 1위다. 물론 이것이 테이텀만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지만 가장 많은 대중이 인식하는 스타로 생각해도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셀틱스는 지난 시즌도 원정 경기 관중 부문 2위였다.)
결정적으로 테이텀은 ‘NBA에서 가장 독한 남자’ 블랙 맘바(Black Mamba)의 후계자 중 하나다. 멤바 멘탈리티로 대표되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동경하고 따랐으며, 그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따라서 지금처럼만 착실히 성장한다면,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는 스타로 충분한 상징성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NBA 스타들도 테이텀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르브론은 테이텀이 파이널은 1번뿐이지만 이미 컨퍼런스 파이널에 수 차례 진출한 점을 이야기하며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라 말했다. 니콜라 요키치, 마이클 조던, 그리고 자신이 27~28살에 첫 우승을 했던 것처럼 테이텀의 시간이 곧 다가올 것이라 예견하며 말이다. 듀란트 역시 지난 3월 중순 맞대결 직후 “테이텀은 앞으로 10년, 12년간 리그를 컨트롤할 인물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 어떤 아이콘도 완전무결하진 못했다. 조던조차 코트 밖 구설수가 있었고 르브론과 커리도 성장하는 동안 수많은 네거티브한 장벽들을 넘어섰다. 테이텀에게도 플레이 스타일, 수비력을 비롯 여러 면에서 지적할 만한 요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명성을 집어삼킬 만큼은 아니다.
만일 지금껏 해온 대로만 잘 성장해나가고, 앞서 말했듯 ‘승자의 역사’를 꾸준히 쌓아간다면 그는 NBA, 혹은 미국농구를 상징하는 새 시대의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루카 돈치치 / 댈러스 매버릭스
23-24시즌 서부 백코트 - 팬 투표 1위, 미디어 2위, 선수 투표 2위
22-23시즌 서부 백코트 - 팬 투표 2위, 미디어 1위, 선수 투표 1위
21-22시즌 서부 백코트 - 팬 투표 3위, 미디어 7위, 선수 투표 4위
20-21시즌 서부 백코트 - 팬 투표 5위, 미디어 5위, 선수 투표 4위
꾸준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 선수는 바로 댈러스 매버릭스 가드 루카 돈치치다. 1999년생이지만 워낙 10대 시절부터 굵직한 업적을 남겨왔기에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NBA 진출에 앞서 유럽리그를 휩쓸었고, 유로바스켓과 올림픽, 월드컵에서도 돈치치는 자신만의 능력으로 평범했던 슬로베니아 국가대표팀을 ‘무시하지 못할 팀’으로 성장시켰다. 이제 그를 경기장 밖으로 몰아낼 것은 마인드컨트롤과 테크니컬 파울뿐인 것처럼 보인다.
돈치치는 아테토쿤보처럼 크지도, 길지도 않으며 테이텀이나 코비 브라이언트처럼 화려하거나 높이 뛰지도 않는다. 그러나 온갖 상황에서 발휘되는 농구에 관한 탁월한 감각은 그 누구도 쉽게 따라 하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다.
자신만의 페이스로 NBA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THE ANSWER’ 앨런 아이버슨조차 “자신만의 방식대로 플레이할 줄 아는 선수다. 자신만의 스웩이 있다. 느리다고? 움직임을 한번 보라. 자기 페이스가 확실한 선수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케빈 가넷은 “댈러스에 동상이 하나 더 생긴다면 그건 루카일 것이다”라고 했으며, 폴 피어스는 “윌트 채임벌린이 아니라면 비디오 게임에서나 할 수 있을 만한 기록을 낼 줄 아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댈러스가 매 경기에 앞서 배포하는 미디어 노트는 돈치치 이야기로 빼곡해진 지 오래다. 당장 올 시즌만 해도 마이클 조던, 오스카 로벌슨 같은 레전드들을 여러 차례 소환했다.
* 2023-2024시즌 주요 기록
[1] 이미 18번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해 한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2] 매직 존슨(8회)을 제외하면 샌안토니오 구단을 상대로 가장 많은 트리플더블 기록(7회)
[3] 7경기 연속 20점 동반 트리플더블 기록(조던, 로벌슨 이후 최다)
[4] 6경기 연속 30점 동반 트리플더블 기록
[5] 30점 동반 더블더블 113회로 덕 노비츠키(112회) 제치고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6] 1월 26일, 73득점 10리바운드 7어시스트 기록 (VS 애틀랜타 호크스) / NBA 역대 11번째 70점 동반 더블더블
[7] 댈러스 데뷔 후 50+득점 6회(덕 노비츠키, 저말 매쉬번, 짐 잭슨 도합 4회)
60득점 21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해 NBA 유니버스를 뒤집어 놓은 지 겨우 한 시즌 만에 그는 73점을 기록했다. 르브론 제임스와 제임스 하든 이후 NBA 룰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용하는 스타다. 더 무서운 건 지난 2월 28일에 겨우 25번째 생일을 맞은 선수라는 점이다. 25번째 생일을 맞기도 전에 NBA의 내로라하는 레전드들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5살도 안 된 선수가 60득점 이상을 2번이나 올린 건 마이클 조던과 루카 돈치치 밖에 없다.
이쯤 되니 NBA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조차 ‘루카 매직’, ‘할렐루카’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가 간다.
앞서 소개했듯, 미디어 투표와 팬 투표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있는 선수이며, 테이텀과 마찬가지로 조던 브랜드의 일원으로 시그니쳐 농구화 ‘조던 루카’는 2번째 시리즈를 발매했다. 조던 루카 시리즈는 1과 2 모두 NBA뿐 아니라 WNBA와 유로리그 스타들이 착용하고 있다. 아직 코비나 KD 시리즈만큼 대중적이진 않지만, 어느 정도 인정은 받고있는 셈이다.
이미 소속팀과 5년간 슈퍼맥스(2억 7백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돈치치는 파니니, NBA2K, 바이오스틸 등과 후원 계약을 통해 연간 1,000만 달러씩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굉장한 실력자이고, 인기가 많은 것과 ‘아이콘’이 되는 것은 다소 거리가 있다. ‘아이콘’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그럴 만한 이유가 확실한 선수들이다. 개인상도 중요하겠지만, 농구가 ‘팀 스포츠’인 만큼 ‘팀’으로 이룬 업적도 확실해야 한다.
2018-2019시즌, 신인상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한 돈치치는 트리플더블, 최연소 기록 등을 숱하게 갈아치웠지만, 대선배 덕 노비츠키가 일군 ‘승리’의 업적도 함께 이뤄야 할 것이다. 팀은 2021-2022시즌을 제외하면 한 번도 6할 대 승률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시즌은 플레이오프에 탈락했고, 올 시즌은 41승 29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긴 하지만 자칫 플레이-인 토너먼트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돈치치만의 문제는 아니다. 댈러스는 노비츠키 시대 이후 선수 영입과 관리에 있어 헛발질을 해왔고, 제이슨 키드 감독 역시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를 정도로 안정적이지 못했다. 지금 전력으로 서부 컨퍼런스 상위팀들과 7번 만나 4번을 이길 것이란 확신을 주지 못한다. 노비츠키는 1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비롯 우승 1회, 준우승 1회의 성과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전성기 구간에서는 긴 결장 없이 경기에 나섰다. 원 레그 페이더웨이 점퍼 역시 지금의 돈치치만큼이나 유니크했다. 기술 자체가 수 많은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었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돈치치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그는 데뷔시즌 72경기를 제외하면 아직 한 번도 70경기 이상을 소화한 적이 없다. MVP 투표 역시 4위(2019-2020시즌)가 커리어하이였다.
다만, 돈치치는 아직 굉장히 젊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이뤄온 만큼,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하며 그 놀라운 재능을 더 오래, 꾸준히 발휘하여 팀을 승리로 이끈다면 위상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미국인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가장 시장이 큰 댈러스에서의 성공은 많은 것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시장은 물론이다. 슬로베니아는 세르비아(니콜라 요키치)에 이어 동유럽에서 리그 패스 구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다. 이미 도쿄올림픽 당시에도 ‘스포츠 스타들의 스타’로 거듭났던 돈치치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코비 브라이언트가 그랬던 것처럼, 돈치치도 선수촌 가는 곳마다 사진 및 싸인 요청이 쇄도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는 후문이다. 많은 것이 갖춰졌다.
과연 30살, 35살 돈치치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지 궁금하다.
앤써니 에드워즈 /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2001년생 앤써니 에드워즈는 2020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차세대 거물이다. 엄청난 운동능력과 탄탄한 체격, 승부욕 등을 앞세워 순식간에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제1 옵션으로 올라섰다. 이미 올-루키 퍼스트팀(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NBA 올스타에 선정되는 성과도 일구었다.
사실, 앤써니 에드워즈는 소속팀이 말썽이다.
미네소타는 미국에서 그리 인기 있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마켓 사이즈는 13위~15위를 오가고 있다. 그러나 작은 도시라고 해도 팬들 열정의 크기에 따라 노출이 더 되고, 관중석도 꽉 찰 수 있다.
그런데 이 팀은 그런 게 없다. 홈 관중도 2021-2022시즌에는 22위, 2022-2023시즌은 30위였다. 올 시즌은 서부 선두권을 달린 덕분에 관중이 늘었지만 그럼에도 18,024명으로 23위에 머물러 있다. 올스타가 뛰는 화제의 팀이라면 원정에서라도 관중을 끌 법한데 이 팀은 꾸준히 2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티켓 가격은 어떤가. 평균 티켓 가격 201달러는 올 시즌 하위권인 브루클린 네츠(283달러, 5위), 토론토 랩터스(245달러, 12위)보다도 한참 낮다.
전국 방송 노출도 적다. 2021-2022시즌에는 ESPN 중계도 1번 밖에 없었고, 2022-2023시즌에는 아예 ABC 중계가 없었다. ESPN(6회)과 TNT(4회) 정도였다.
이러한 흥행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저조한 성적 탓이라 할 수 있다. 케빈 가넷이 MVP가 되었던 2003-2004시즌 이후 이 팀은 2017-2018시즌까지 플레이오프 근처도 가보지 못했다.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에 꾸준히 40+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갔지만 1라운드는 통과하지 못했다.
올 시즌은 승률 69.0%로 가넷 시대 이후 최고의 선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칼 앤써니 타운스가 무릎 부상으로 아웃된 상황임에도 승리를 쌓아가며 홈코트 어드밴티지도 거의 확보했다.
그 중심에 ‘앤트맨’ 에드워즈가 있다.
이미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FIBA 농구 월드컵에서도 ‘THE MAN’ 역할을 해냈던 그는 NBA가 주목하는 차세대 스타다. (대표팀 감독이었던 스티브 커는 “명실상부한 우리 팀의 ‘the guy’다. 팀도 보고, 팬들도 안다. 다이내믹한 유망주다”라고 평가했고, ‘떠벌이’ 켄드릭 퍼킨스는 월드컵 기간 중 트위터를 통해 ‘신사, 숙녀 여러분! NBA의 얼굴이 될 친구를 찾은 것 같아요!’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제 4번째 시즌을 마무리 중인 그는 26.4득점 5.5리바운드 5.2어시스트로 활약 중이다. 팀내 칼 앤써니 타운스라는 거물이 있다 보니 다른 스타들처럼 40점, 50점 활약을 자주 펼치진 못하지만, 팀이 이길 때면 늘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쳤다. 3월 들어 4경기 연속 30+득점을 올리고 있으며, 30+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도 16회나 기록하며 가넷을 제치고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기록 선수가 됐다.
미네소타 기록만을 정리하고 있는 ‘X(구 트위터)’의 ‘Timberwolves Muse’에 따르면, 그는 2시즌에 걸쳐 무려 50번이나 30+득점 경기를 펼쳤고 이 역시 미네소타 프랜차이즈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지난 3월 8일 인디애나 페이서스 전에서는 클러치 블록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화끈한 슬램덩크는 덤.
이쯤 되니 칼 앤써니 타운스는 미네소타의 성공 요인으로 아예 에드워즈를 꼽기도 했다.
“이미 NBA 최고의 선수처럼 플레이하고 있다. 라커룸에서도 팀을 잘 이끌고 있다. 머지않아 곧 NBA의 얼굴이 될 것 같다. 굉장히 성숙한 선수이며 미래가 밝다. 그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라며 말이다.
이처럼 작은 시장, 저조한 팀 실적에도 ‘앤트맨’은 계속해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NBA 선수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스포츠 업계에서도 말이다.
풋라커, 파니니, 보스, 스프라이트, 우버 이츠, 파파이스, 아디다스 등 많은 스폰서와 후원 계약을 체결해 모델로 활동 중이다. 배우 아담 샌들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허슬(hustle)’에도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데뷔 당시 아디다스 밖에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발전이다. (올 시즌 에드워즈는 자신의 시그니쳐 ‘AE1’을 신고 뛰고 있다. 아쉽게도 이 역시 아디다스가 예년에 비해 농구쪽 홍보를 줄이면서 크게 화제가 되지 못했다.)
아테토쿤보, 테이텀, 돈치치와 비교해보면 에드워즈가 이룬 것은 아직 미미한 수준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아직 22살에 불과하고, 커리어를 시작한 프랜차이즈가 리그 최악의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앞으로 그가 이뤄갈 것에 더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르브론 제임스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농구팀으로 바꾸었듯, 스테픈 커리가 연고지 팬들 외에 거의 거들떠보지 않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이 버는 팀으로 바꾼 것처럼 에드워즈가 미네소타라는 시장을 어디까지 올려놓을지 말이다.
이는 충분히 현실성 있는 이야기다.
칼 앤써니 타운스를 비롯, 여러 선수들은 과거 성공한 NBA 스타들처럼 근면함과 투쟁심을 모두 갖춘 선수라 말한다. 오스틴 리버스(닥 리버스 감독의 아들)는 “절대 가르칠 수 없는 한 가지가 에드워즈에게 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다. 그에게는 확신이 있고, 아우라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LA 클리퍼스의 폴 조지도 에드워즈에 대해 “알파(alpha)가 되어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핵심’ 그 자체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가능성 때문인지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치른 단장 설문에서는 ‘프랜차이즈를 시작할 때 함께 할 선수’로 에드워즈가 5위를 차지했다. 조엘 엠비드, 제이슨 테이텀보다도 많은 표를 받은 것이다.
에드워즈에게 어떠한 조건을 붙이기엔 너무 이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더 다듬어져야 한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 역시도 젊기에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코트 밖 사생활만 조심한다면 그는 훌륭한 농구 아이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디다스는 에드워즈의 시그니쳐 농구화 ‘AE1’을 발매하며 “에드워즈는 실망시키지 않아”라는 문구를 계속해서 노출했다.
그 문구에 걸맞는 플레이만 이어간다면, 그는 선배들의 예상대로 ‘NBA의 얼굴’이 될 것이다.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
‘스토리’는 아이콘의 필수 조건이다. 대중이 가장 좋아하는 서사는 패배, 시련의 아픔을 극복하고 스타로 성장하는 것이다. LA 클리퍼스 데뷔 후 대형 스타와 트레이드되어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나야 했던 그는 어느덧 소속팀뿐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하나, 둘 단점을 개선해가며 NBA에서 가장 쉽게 점수를 뽑아내는 선수가 됐고, 모국인 캐나다 농구협회에서 가장 먼저 찾는 스타가 됐다.
‘농구 종주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가장 가까이 붙어있고, 농구의 창시자라 불리는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의 고향이지만, 정작 국제대회 성적만 보면 ‘변방’이나 다름없던 캐나다를 FIBA 농구 월드컵 결승에 올려놓으며 말이다.
올 시즌에는 소속팀 OKC 썬더가 리빌딩을 마치고, NBA 우승 후보로까지 올라서면서 그는 진지하게 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마이애미 히트의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OKC를 ‘정말 잘 훈련된 팀’이라 말한다. 하루아침에 등장한 팀이 아니라, 좋은 감독과 확고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며 말이다. 그 중심에 선 선수가 셰이 길저스-알렉산더(이하 SGA)다.
SGA는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주목받는 선수다. 2022-203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평균 30득점(30.5점)을 넘기며 현재 득점 3위에 올라있다. 경기마다 성공시키는 자유투 7.6개는 리그 1위다. NBA 트랜드에 맞지 않게 득점 대비 3점슛 비중은 극히 적지만, 스크린 한번, 퍼스트스텝 한번에 마치 고속도로를 홀로 질주하듯 림까지 파고 들어가는 그 돌파 실력이 있기에 굳이 지적할 요인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아이솔레이션으로 뽑아내는 득점은 돈치치(7.9점)에 이어 2위(7.0점)이다.
+ 아이솔레이션 득점 순위 +
1위- 루카 돈치치, 7.9점
2위-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7.0점
3위- 제이슨 테이텀, 6.6점
4위- 조엘 엠비드, 6.5점
5위- 자이언 윌리엄슨, 4.9점
+ 드라이브 득점 순위 +
1위- 셰이 길저스-알렉산더, 16.9점
2위- 자 모란트, 14.0점
3위- 루카 돈치치, 13.7점
4위- 자이언 윌리엄슨, 12.0점
5위- 제일런 브런슨, 11.6점
대신 미드레인지 점퍼는 경기당 2.4개(54.5%)로 데빈 부커, 케빈 듀란트, 브랜든 잉그램, 더마 데로잔 등 그간 ‘미드레인지 장인’이라 불려온 선배들보다도 많이 꽂고 있다. 수비도 나쁘지 않다. SGA는 2.1개의 스틸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디플렉션 역시 리그 2위이며, 루즈볼 리커버도 팀내 1위다. (평균 30득점 + 스틸 2개를 기록한 선수는 조던과 커리뿐이었다.)
무엇보다 묵묵함도 주목해야 한다. 돈치치, 에드워드, 트레이 영, 데빈 부커 등에 비해 항의, 혹은 이로 인한 테크니컬 파울 횟수가 극히 적다.
OKC 선배이자, 젊은 세대에 대한 칭찬을 항상 아끼지 않는 듀란트는 “시대마다 6~7명의 선수들이 게임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곤 한다. 리그를 둘러보면 그런 선수들이 있다. 지금은 셰이, 앤트맨(앤써니 에드워즈), (데빈)부커, 루카(돈치치), 타이리스 매시, 타이리스 할리버튼 등이 있다”라며 SGA도 그중 하나로 꼽았다.
르브론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는데, 지난 NBA 올스타 주간 중 ‘INSIDE NBA’ 패널들과의 대담 중 다음 세대 횃불을 넘겨받을 선수로 두 명을 꼽았다. 바로 셰이와 앤트맨이다. “두 선수는 내가 은퇴하고, 스테프(커리)와 KD(듀란트)가 떠나면 NBA를 이끌어 줄 것”이라며 말이다.
이미 MVP 트로피와 우승 트로피를 품은 니콜라 요키치도 비슷했다. “SGA는 이 리그의 골칫덩이다. 막기가 정말 힘들거든. SGA는 기록보다 승리를 더 신경 쓰는 선수다. 그게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OKC와의 맞대결 직후 요키치가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물론, 선배들로부터 언급된 SGA나 앤트맨 모두 아직 NBA 유니폼 판매 순위나 올스타 팬투표에서 상위를 오래 유지하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에드워즈가 아디다스에서 시그내쳐 농구화(AE1)를 발매했지만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처럼, SGA도 사실 아직은 컨버스에서 발매된 농구화로 재미를 보진 못하고 있다. (시그내쳐 농구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앤트맨이 그렇듯, SGA도 자신의 6번째 시즌을 맞아 자신의 입지를 한껏 키우고 있다.
그는 이미 에드워즈가 겪은 인고의 시간도 거쳤다. 대대적인 리빌딩을 통해 패배의 쓴맛도 봤다.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 두 시즌에 걸쳐 OKC가 거둔 승수가 겨우 46승이었다. 올 시즌 OKC는 이미 49승 21패로 두 시즌 승수를 넘어섰고 아마 이 페이스대로라면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케빈 듀란트 시대 이후 처음으로 57승 고지를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리빌딩을 통해 OKC는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팀으로 거듭났다. 마크 데이그널트 감독은 SGA를 공격의 중심축에 세우는 동시에 젊고 든든한 조력자들을 공수에 대거 배치, 그가 더 빛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마도 이런 과정들은 리빌딩 버튼을 누른 모든 팀들이 꿈꾸는 방식일 것이다. 게다가 쳇 홈그렌을 비롯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통해 합류할 것임을 감안하면, OKC의 미래도 밝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SGA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리더십과 인품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샤킬 오닐이 그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캐나다 대표팀과 OKC에서 줄곧 함께 뛰어온 루 도트는 “그가 있었기에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와 태도가 동료들에게 영감을 준다”라고 했다. 캐나다 대표팀의 조르디 페르난데스 감독은 SGA에게 주장직을 맡겼는데, 결과가 대만족이라고도 했다. “슈퍼스타이지만 대표팀에서도 모든 것에 빠짐없이 최선을 다했고 주문하는 모든 것들을 이행했다. 동시에 동료들을 정말 잘 챙겼다”라며 말이다.
SGA는 이런 부분에 있어 커리어 초창기 함께 한 크리스 폴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가깝게 지내면서 리더로서의 덕목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물론 SGA도 에드워즈처럼 작은 시장이 한계일 수 있다. 오히려 오클라호마 시티는 미네소타보다도 훨씬 작다. 「스포츠 미디어 왓치(sports media watch)」 통계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시티 연고지 규모는 NBA 26위다. 미네소타보다도 10여 계단 낮다.
그럼에도, 시장이 작아도 컨텐츠(농구)가 좋으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10여 년 전, 그들의 선배(제임스 하든-케빈 듀란트-러셀 웨스트브룩)들이 충분히 보여줬다. 그 시기 OKC는 리그 TOP5는 아니었어도 TOP 10~15위에 계속 들었을 정도로 홈관중의 열기가 꾸준했고, 원정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이었다. 또, 올 시즌 OKC도 원정에서만큼은 관중 동원이 11위(평균 18,387명)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OKC는 서부 1~2위로 플레이오프에 갈 것이며 충분히 전국 방송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테이텀과 에드워즈, 돈치치가 그런 것처럼 SGA 역시 리그 대표 스코어러이자 한 나라(캐나다)의 농구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캐나다 농구는 SGA로 인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자력으로 파리올림픽 진출권까지 따냈기에 앞으로 우리는 해가 지날수록 달라지는 그의 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빅터 웸반야마 / 샌안토니오 스퍼스
빅맨이 시대의 아이콘이 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실력자이자 레전드로서 한 프랜차이즈를 대표한 사례는 있었어도, 혹은 엄청난 파괴력으로 규칙 개정을 끌어낸 사례는 있었어도 시대를 대표하는 실력자로 우뚝 선 사례는 적어도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샤킬 오닐은 그런 면에서 실력뿐 아니라 매너와 입담까지 갖춰 스타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다. LA 레이커스를 3년 연속 이끈 슈퍼스타였고, 많은 팀들은 오닐을 상대하기 위한 갖가지 전략을 내세워야 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파울로 끊어서라도 그를 멈추겠다는 ‘핵 어 샤크(hack-a-shaq)’라는 작전이 나온 것만으로 알 수 있다. 우리는 드와이트 하워드에게도 그런 면을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발전은 오닐만큼 빠르고 확실하지 못했다. 오닐보다도 부상이 잦았던 점도 아쉽다.
‘빅맨’ 카테고리에 넣기는 애매하지만, 자이언 윌리엄슨은 ‘파괴자’로서의 면모를 뽐낼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지방에 의해 그 파괴력이 감소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계약 조건에 체중 관리가 포함됐을까. 페이스가 말도 안 되고 빨라지고, 3점슛이 대세가 된 현 시대의 농구 스타일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거구’의 선수가 시대를 지배할 가능성은 더 줄어들 것이다. 아무리 ‘하이브리드’를 외쳐도 그 내구성이 얼마나 버틸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만일 빅맨 중 그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웸비’ 웸반야마일 것이다. ‘괴물 신인’의 위상은 실로 엄청났다. 7피트 3인치(224cm)의 프랑스 산 신인은 자신의 사이즈와 재능을 앞세워 NBA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균 20.7득점(신인 1위) 10.4리바운드(신인 1위) 3.4블록(1위) 1.25스틸(1위) 등 멋진 지표를 남기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면에서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 27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 5블록 5스틸로 '5X5'를 기록한 최연소 선수로 등록 (NBA 역사상 15번째 선수)
□ 21분 02초 만에 트리플더블 (16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 0실책) 기록 (2014년 러셀 웨스트브룩의 20분 이후 최단시간)
□ 27득점 14리바운드 10블록 5어시스트 기록 : 카림 압둘-자바, 하킴 올라주원, 랄프 샘슨, 데이비드 로빈슨 이후 역대 5번째
□ 블록을 동반한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역대 4번째 루키 (데이비드 로빈슨, 마크 이튼, 랄프 샘슨)
여기에 더 무서운 건 높이뿐 아니라 3점슛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며, 더 무서운건 이제 겨우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들이 ‘웸비’를 피하려다 실수를 하고, 터프샷을 던지는 광경을 보기 위해 체육관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 26위였던 샌안토니오 홈구장은 1,000명 가까이 평균 관중이 증가했다. 2021-2022시즌 한때 15,000명까지 추락했던 이곳이 2019-2020시즌 이후 처음으로 18,000명대로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자이언이 체중 관리와 부상으로 우려를 샀고, ‘원조 유니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그랬듯, 웸반야마 역시 내구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샌안토니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출전 시간을 조절하는 등 첫 시즌부터 무리를 시키지 않고 있다. 특급 신인이 온 만큼 팀을 제대로 짜겠다는 욕심을 내기보다는, 어찌 보면 한 시즌의 동행을 통해 웸반야마를 관찰하며 활용법을 연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일 그가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더 나아가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다시 한번 리그의 지배자로 끌어올린다면 리그 최고의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쩌면 이들이 아닌 전혀 새로운 인물이 시대의 지배자로 나설 수 있다. NBA에 데뷔하지 않은 10대 중에서도 말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농구계에는 그럴 만한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 매년 쏟아지고 있다. 아마도 4월, 포틀랜드에서 열릴 훕 써밋(Hoop Summit)에서도 그런 미래의 자원들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글_손대범 (점프볼 편집인 / KBSN 농구해설위원)